중소기업인들의 한숨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공약으로 ‘튼튼한 중소기업 성장환경 구축’을 내걸고, 중소기업청을 부(部)로 승격시켰을 때만 해도 기대가 컸을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급등에다 획일적 주 52시간 근무제, 중대재해처벌법 강행 등의 ‘덩어리 규제’를 쏟아내고, 코로나 충격까지 겹쳐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오는 7월부터 5~49인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주 52시간제만 해도 그렇다. 한경(5월 6일자 A1, 8면) 보도를 보면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어려운 판국에 이대로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는 중소기업인들의 탄식이 쏟아진다. 제조업뿐 아니라 반도체, IT, 바이오 등 벤처기업과 중소형 마트에 이르기까지 전체 근로자의 43%(550만 명)가 이에 해당돼 자칫 경제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중소기업들이 처한 현실은 주 52시간제를 지키고 싶어도 그러기 힘들다. 만성적 인력난 속에 코로나 여파로 외국인 근로자 공급마저 사실상 막혔다. 설령 근로시간을 줄이고 인력을 늘리더라도 증가하는 비용이 큰 문제다. 영세 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없어 인건비 부담 증가는 곧 적자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탄력근로제 적용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다지만, 노사 간 서면합의를 해야 하는 등 절차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그렇다 보니 산업현장에선 또다시 ‘회사 쪼개기’ 같은 편법이 성행한다.

주 52시간제는 근로자도 힘들게 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30~299인 사업장 근로자 월급이 12.3%(39만원), 5~29명 기업은 12.6%(32만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녁이 있는 삶’을 명분 삼은 주 52시간제가 정작 근로자를 ‘투잡 족’으로 내몰면서 ‘저녁거리가 없는 삶’을 만든다는 자조가 터져나오는 지경이다.

내년부터 중소기업이라도 50인 이상이면 산재사망 사고 시 경영자를 형사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것도 큰 부담이다. 5~49인 사업장은 2년 더 유예한다지만 법안이 워낙 모호하고 포괄적이어서 대비가 막막할 따름이다. 중소기업 80%가 중대재해법에 부담을 느낀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중소기업계는 그동안 정부와 국회에 수없이 호소하고 탄원했지만 ‘쇠귀에 경읽기’였다. 그러니 정부가 아무리 중소기업 지원을 외쳐도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서양속담에 ‘마지막 지푸라기 하나가 낙타 등을 부러뜨린다’고 했는데,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그런 낙타 심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