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영원한 숙제 '후계자'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의 후계자가 우연찮게 공개됐다. 버핏이 그레그 아벨 부회장을 후계자로 인정한 것이다. 한때 ‘잘나가던’ 데이비스 소콜 등 유력 후보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며 관심을 모았던 후계 문제가 10여 년 만에 정리되는 듯하다.

하지만 아벨은 CEO 후보일 뿐, 회장직은 버핏의 장남 하워드 버핏 쪽으로 기울지 않을까 이런저런 예상이 많다. 묘한 후계 구도인데, 시총 6400억달러에 달하는 ‘가치투자 본산’인 투자회사를 누가 이끌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기업 후계 문제는 ‘100년 기업’ 같은 지속성장의 필수조건이다. 기업의 미래를 안심할 어떤 보장도 없는 ‘파괴적 혁신’ 시대여서 경영 승계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주목을 끈다. 잘 고른 후계자 하나로 2~3배 업력(業力)을 키운 애플이 있는가 하면, 전통기업에서 디지털기업으로 전환하면서 잭 웰치가 고른 후계자(제프리 이멜트)가 기대만큼 성과를 못낸 GE 사례도 있다.

정답은 없지만, 모범답안은 유추해볼 수 있다. 창업자가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제대로 읽었다면 적어도 후계자는 안정형이든, 혁신형이든 새로운 승부를 걸어야 한다. 모범생 같던 팀 쿡이 ‘기술중심’의 애플을 이렇게 잘 이끌지 누가 예상했겠는가.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도 마찬가지다.

예술분야도 경영 관점에서 보면 비슷하다. ‘카리스마의 대명사’ 카라얀을 이은 베를린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은 ‘경청의 리더십’으로 유명한 아바도였다.

‘후계자’ 이슈가 자주 불거지는 분야는 뭐니뭐니 해도 정치다. 집단지도체제였던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단일 후계구도를 장악한 것이나, 북한 ‘3대 세습’의 적자(適子)가 장남 김정남이냐, 3남 김정은이냐 등의 이야기는 핵폭탄급 국제이슈였다.

멀리 갈 것도 없다. ‘5년 단임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된 한국의 ‘87 체제’에서 차기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는 대통령이 레임덕 시기를 맞으면 더없이 큰 변화가 만들어졌다. 같은 당이어도 ‘지는 권력’과 ‘뜨는 권력’의 갈등은 다른 당으로의 정권 교체 못지않았다.

기업이든 정치든 후계자는 대개 전임자를 계승하거나 뛰어넘으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런 에너지가 사회전체 역량을 키운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현실에선 늘 그런 건 아니다. 그래서 후계자는 ‘영원한 숙제’라고 한다.

장규호 논설위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