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백신 가뭄과 '코로나 회복력'
양식은 바닥나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고…. 최근의 ‘백신 가뭄’ 걱정을 보면서 옛 ‘보릿고개’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지난 2일 코로나 백신 신규 접종자 수는 1561명이었다. 휴일임을 감안해도 직전 휴일(6140명) 대비 4분의 1에 그쳤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 이후 접종자 수는 약 340만 명. 총인구의 6.6%로 하루 5만 명꼴이다. 방역당국이 “하루에 100만 명 이상 접종도 가능하다”고 장담한 것과는 차이가 크다.

백신을 미리 확보한 나라는 벌써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4월 ‘코로나19 회복력 순위’에서 1위에 오른 싱가포르는 국민 모두가 골라 맞을 정도의 백신을 확보했다. 접종률도 23.3%로 아시아 1위다. 1년 전부터 백신 확보에 발 벗고 나선 결과다.

2위 뉴질랜드는 초기부터 확실한 봉쇄정책으로 감염을 막은 덕에 호주(3위)와 자유여행 허용 단계까지 이르렀다. 뉴질랜드 인구 486만 명 중 감염자는 2600여 명에 불과하다. 대만(5위)도 중국과의 교역 중단을 무릅쓸 정도로 강력한 방역을 펼친 결과 태평양 국가와 여행객 격리면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스라엘(4위)은 세계 최고 접종률(62.4%)에 힘입어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고 생활한다. 확진자 최다 숫자를 기록한 미국도 백신 접종률을 43.3%로 높여 올 1월 35위에서 17위로 올라섰다.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률이 평가 대상 53개국 중 39위에 머문 탓에 지난해 11월 4위에서 6위로 내려갔다.

일부에서는 아시아권 국가의 바이러스 저항력이 서구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높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사스, 메르스 등을 겪으면서 생긴 면역 효과 덕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토착화돼 독감 백신처럼 매년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백신 공급이 장기적으로 뒷받침돼야 국가 차원의 ‘회복탄력성(resilience)’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회복탄력성은 ‘다시 뛰어오른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나온 말이다. 외부 충격으로 수축된 스프링이 강한 활력으로 더 힘차게 튀어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개념화한 란제이 굴라티 미 하버드대 교수에 따르면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데에는 리더의 강한 의지, 조직의 전문 역량, 문제 해결 기술이 동시에 필요하다. 그 해법의 핵심 요소이자 강한 용수철 역할을 하는 동력이 곧 백신이다.

고두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