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美中 갈등과 韓日의 대응
미국과 중국의 안보·경제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양국은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형태로 관련국들에게 자기 쪽에 줄 설 것을 요구한다. 미국과 중국에 안보 또는 경제 면에서 크게 의존하는 한국과 일본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한·일 양국 대응은 차이가 있다. 일본은 일찍부터 확고히 미국 편에 섰다. 이에 반해 한국 정부는 중국에 치우친 게 아니냐는 인상을 주면서도 명확한 선택이 아닌 다소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는 형국이다.

미·중 갈등이 왜 야기됐는가부터 살펴보자.

미국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들어오도록 유도했다. 중국이 WTO 체제에 가입해 개방화와 함께 경제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경제 체질이 시장경제 질서를 수용하는 쪽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강력한 정부 주도적 성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유럽·북미 등의 해외 기업들에게 중국에서의 기업 활동을 허용하는 대신, 여러 방법을 동원해 그들 기업의 앞선 기술을 중국 기업에 이전하도록 강요한 게 일례다. 한국의 경우도 중국이 우리 고급 기술자를 빼가는 것을 비일비재하게 목격했다.

또한 중국은 신장 위구르, 홍콩 등에서 종래의 자치권을 인정하지 않고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짓밟았다. 이같이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원칙을,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지 않는 중국에 대해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 나라들은 강한 거부감을 갖게 됐다. 그러다 급기야 미국 트럼프 정권에서 바이든 정권에 걸쳐 중국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방미로 이뤄진 미일 수뇌회담을 통해 미국의 중국에 대한 일련의 정치·경제적 정책을 전폭 지지함과 동시에 철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일본이 중국과의 상당한 마찰을 각오하고 이러한 선택을 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미국·영국 등 연합국에 가담하지 않고 독일·이탈리아 등 동맹국에 가담하는 선택을 해 패전과 함께 철저히 파괴된 쓰라린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돼 주요국들이 양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러시아는 중국을, 영국과 EU는 미국 쪽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러시아 연합보다는 미국-EU 연합이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월등히 우세할 것으로 여겨지는 점도 일본이 미국 정책을 지지하는 중요한 이유로 보인다.

이에 비해 한국 정부는 명확한 선택을 한 것은 아니면서도 미국 정책을 비판하고 중국 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발언을 해 우려를 사고 있다.

중국이 한국 수출의 25%를 점하는 가장 큰 시장이라 중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중국의 한국 상품 선택은 한국 상품의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품질과 가격 면에서의 유리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 기업에 대한 한국 기업의 기술적 우위가 사라지면 한국 기업의 대중국 수출은 무너지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기업의 대중국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서는 기술 선진국인 미국, 일본, EU와의 관계 우선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국과의 대립이나 마찰이 생기면 중국 기업이 일시적으로 한국 상품을 기피하겠지만 한국 상품의 품질과 가격의 유리성이 존재하는 한 지속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안보뿐 아니라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도 미국-일본-EU 편에 서는 것이 국익을 위하는 일임은 명백하다. 즉 우리는 어정쩡한 자세를 지양하고, 중국이 아닌 미국 편에 서는 것을 확고히 하고, 이 토대 위에서 중국과의 관계도 최대한 협력적으로 만들어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 미국과 일본 간에는 구체적 산업협력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신기술 개발, 고속 통신규격인 5G(5세대) 네트워크의 안전 확보, 반도체 서플라이체인(공급망) 구축, 나아가서 차세대 통신규격인 6G 공동개발 등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미일 기술인력에 의한 공동 기술개발 시스템이 구축되면 한국으로선 지금까지와 같은 미일로부터의 기술개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축소되고 그만큼 한국의 기술개발 속도가 둔화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라도 한국으로선 미국과의 협력 체제 강화를 통해 미국, EU, 일본 등 이른바 선진기술 주류에 보다 깊숙이 들어가 기술력을 일층 강화시켜야 한다.

중국도 빠르게 기술력을 높여가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의존해온 미국, EU, 일본으로부터의 기술도입 파이프가 약화되면 기술개발 속도도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미중 충돌이 극적으로 해결될 여지가 없지는 않다. 다만 양국 간의 체질 차이가 확연하고, 지금은 누가 주도국이 되느냐의 경쟁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양보하기는 쉽지 않고 타협의 여지도 작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앞으로 상당 기간은 미국을 중심으로 EU, 일본 등이 기술개발을 위시해 세계경제 발전을 주도해갈 것이다.

한국으로선 안보 강화는 물론이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보다 고도화된 산업사회 구축을 위해서도 미국을 비롯한 주도국과의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미중 간 선택적 관계를 잘못된 이념에 사로잡혀 합리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국익에 엄청난 손실을 초래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