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남해 해저터널' 눈길

한려수도 문화관광 '황금 벨트'
영호남 화합·U자형 국도 완성

6㎞ 구간 바닷속 길 개통되면
연 7000만명 거리·시간 절약

예부터 통학·결혼 공동생활권
'남해댁' '여수댁' 정겨운 이웃

20만명 릴레이 서명운동 '응원'

고두현 논설위원
남해 금산 정상에 있는 보리암. 산 아래 펼쳐진 다도해의 푸른 물결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진다.

남해 금산 정상에 있는 보리암. 산 아래 펼쳐진 다도해의 푸른 물결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진다.

날씨가 맑았다. ‘해를 향한 암자’ 향일암(向日庵)에서 해돋이를 봤으니 운도 좋았다. 전남 여수 금오산 향일암은 해상 일출 명소다. 남해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와 기암절벽 사이의 동백 숲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향일암이 앉은 자리는 커다란 거북이 바다 쪽으로 팔을 휘저으며 들어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곳은 남해 보리암,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와 함께 전국 4대 해수관음기도처로 꼽힌다. 뒷산에 흔들바위가 있다. 한 명이나 여럿이 흔들어도 일정하게 흔들리는 게 신기하다. 남해 보리암 부근에도 같은 원리의 흔들바위가 있어 남해안의 ‘형제 흔들바위’로 통한다.
해상 일출 명소인 여수 향일암. 바다를 헤치고 기암절벽 사이로 떠오르는 해가 장관을 이룬다.  ⓒ조원민

해상 일출 명소인 여수 향일암. 바다를 헤치고 기암절벽 사이로 떠오르는 해가 장관을 이룬다. ⓒ조원민

향일암의 해 뜨는 쪽 바다 건너에 남해 보리암이 보인다. 보리암은 해발 700m의 금산(錦山) 정상에 있다. 이름 그대로 비단처럼 아름다운 산에 안겨 있는 절이다. 이곳에서 정성 들여 기원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진다는 얘기가 전해져온다. 조선 태조 이성계도 이곳에서 백일기도 후 왕업을 이뤘다.

보리암 앞의 큰 절벽바위 위에는 작은 삼층석탑이 있다. 이 탑에 나침반을 놓으면 흥미롭게도 바늘이 북쪽을 가리키지 못하고 춤을 춘다. 그만큼 특별한 기운이 모인 장소다. 그 옆에 우뚝 선 해수관음상은 남해의 푸른 물결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 눈길이 바다 건너 향일암에 가 닿는 듯하다.

남해와 여수를 품은 한려수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길로 불린다. 향일암에서 보리암까지는 직선거리로 25㎞ 남짓, 배가 있다면 30분 안에 닿을 곳이다. 그러나 자동차로 광양 하동을 거쳐 말발굽(∩) 모양으로 빙 둘러 2시간 넘게 가야 한다. 경기 파주에서 서해안과 남해안을 거쳐 부산까지 ‘L자’로 연결하는 77번 국도가 여수 동쪽 끝에서 끊겨 있기 때문이다.

여수와 남해 사이 거리는 약 6㎞다. 행정구역상 전남·경남의 경계에 있지만 옛날에는 두 지역이 하나의 생활권이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뱃길로 통학했으며 혼사도 많았다. 남해의 수산물을 여수 시장에서 팔고 기차로 내륙과 서울까지 운송했다. 남해 상주해수욕장은 여수 사람들의 안방 휴양지였다. 여기저기서 ‘남해댁’ ‘여수댁’ 소리가 왁자했다.

지금은 남해대교 외에 다른 교통이 막혔다. 한때 다니던 여객선도 없어졌다. 그래서 모두가 여수와 남해를 잇는 다리를 고대했다. 1998년 ‘한려대교’ 건설 구상이 나온 뒤 네 번이나 교량 건설 얘기가 있었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모두 무산됐다.
전남 여수 신덕동(위)과 마주보는 경남 남해 서면 일대.

전남 여수 신덕동(위)과 마주보는 경남 남해 서면 일대.

최근에 부각된 대안은 해저터널이다. 여수시 신덕동과 남해군 서면 사이의 5.93㎞ 구간을 해저로 연결하는 것이다. 터널 길이는 해저 4.2㎞와 육상 1.73㎞ 등 5.93㎞다. 접속도로 1.37㎞까지 합쳐 전체 건설비는 6300억원. 해상교량(1조6000억원) 대비 3분의 1에 불과하다.

터널이 뚫리면 자동차로 90분 걸리던 길을 10분에 오갈 수 있다. 국도 77호선의 ‘끊긴 구간’도 연결돼 동해안 7번 국도와 함께 ‘U자형 전국망’이 완성된다. 두 지역이 동일생활권으로 거듭나면서 남해안 문화관광 ‘황금 벨트’ 역시 완결된다.

전남 여수 신덕동(위)과 마주보는 경남 남해 서면 일대.

전남 여수 신덕동(위)과 마주보는 경남 남해 서면 일대.

전남 해안의 연간 관광객은 4000만 명, 경남 해안권은 300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의 상호 접근성이 좋아지면 영호남·동서 화합과 지역 균형발전, 관광산업 입체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여수시장과 남해군수를 비롯해 경남·전남지사, 국회의원, 상공회의소, 지역발전 연구소, 시장 상인 등이 발 벗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남해군민 4만여 명이 서명부를 정부에 전달했고, 여수시민 가운데 15만여 명이 서명운동에 나섰다. 웅진·보령 등 서해안 지방자치단체들도 힘을 합쳤다. 이들이 “지역 균형발전과 동서 화합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사업이자 전 지역이 고르게 잘살기 위한 상징 사업”이라며 응원하고 있으니, 머잖아 향일암 찍고 보리암 가는 여행길이 한결 가까워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보령해저터널 연말 개통…서해안 명소로
英·佛 등 해외터널도 관광 특수
충남 보령의 대천항과 원산도를 잇는 보령 해저터널이 올해 말 개통된다. 총길이 6927m의 국내 최장 해저터널이다. 그동안 대천항에서 태안 안면도 영목항까지 가려면 95㎞를 자동차로 100분 걸려 돌아갔지만 앞으로는 이동 거리가 14.1㎞로 줄고 시간도 10분대로 단축된다.

보령시는 이를 계기로 서해안 관광 거점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서산시와 태안군도 간월도와 창리항, 영목항 등의 관광 인프라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외국에서는 해저터널로 경제와 문화·관광산업 특수를 누리는 곳이 많다. 세계 최장 해저터널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유로터널(50.45㎞)로, 이 중 38㎞가 해저 구간이다.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를 잇는 해저터널(53.8㎞)의 해저 구간은 23.3㎞다.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연결하는 터키의 보스포루스 해저터널은 SK건설이 완공했다.

[고두현의 문화살롱] 향일암~보리암, 10분 걸리는 '물밑길' 뚫리면…

홍콩은 본섬과 주룽반도 사이에 1979년부터 여러 개의 해저터널을 뚫었고 철도 전용선도 새로 건설할 계획이다.

경남 통영과 미륵도를 잇는 483m 길이의 통영해저터널은 1932년 아시아 최초로 완공된 근대문화유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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