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상식적인 법원의 근로계약 관련 판결 한 건이 뉴스가 됐다. ‘1년 계약직에게는 근무 2년차에 주어지는 15일의 연차휴가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서울북부지방법원 판단이 화제의 판결이다(한경 4월 29일자 A12면). 이 판결이 주목되는 이유는 낮은 연차 근로자의 ‘휴식권’에서 무리하게 피고용인 편을 들어온 고용노동부 행정지침이 뒤집혔기 때문이다.

판결 내용과 핵심은 명료하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을 관할하면서 1년 이상 무기계약직 등에 적용한 휴가권을 ‘1년 계약직’에도 똑같이 적용하도록 행정지침을 만들었다. 법에 포괄적으로 정해진 휴가권을 주무부처가 현장에 적용할 가이드라인으로 미주알고주알 세부규정을 만들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앞서 대법원 판결로 뒤집혀 산업현장에 일대 혼란을 불러일으켰던 ‘통상임금 산정 지침’도 비슷한 사례다.

헌법·법률보다 더 무서운 게 시행령과 시행규칙인 게 고용부 업무만은 아니다. 문제는 노사 간, 고용자와 피고용자 간의 입장차가 현격한 사안에 대해 정부가 편향된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잦다는 사실이다. 엄정하게 중립을 지켜야 할 심판이 한쪽 선수로 뛰는 격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휴가권도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근로기준법의 관련 조항을 성급히 엉성하게 고친 게 근본 원인이다. 그런 데다 고용부 행정지침이 여기서 한발 더 나갔다가 법원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즉각 바로잡거나 최소한 보완이라도 해야 할 친(親)노조 정책이 널렸다. 취약 근로자를 보호하고 처우도 개선하자는 취지겠지만, 균형을 잃었거나 부작용만 양산한 경우가 너무 많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무리한 정규직 전환 등이 그렇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이란 명분 아래 밀어붙인 노조법 개정, 주 52시간 근무제도 마찬가지다. 현장과 괴리된 이념, 노동기득권에 휘둘린 행정, 성급히 몰아붙인 입법의 합작품이다.

노동 양극화 속에 고용시장이 왜곡되고 일자리 대란이 초래된 데는 오도된 입법과 편향된 행정 탓이 크다. 노동현장의 불법을 감시·단속해야 할 경찰까지 노조 편을 든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1987년 체제’로 양대 노총은 우리 사회의 권력집단이 됐지만, ‘노조는 약자’라는 그릇된 언더도그마 현상이 아직도 만연해 있다. 68년 전 전쟁 통에 제정된 근로기준법부터 글로벌 무한경쟁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전면 개정해야 한다. 그게 노사관계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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