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SNS선 "억울", 기자회견선 묵묵부답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해직교사 등 5명 특별채용’ 혐의로 감사원으로부터 경찰에 고발된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29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반박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날 조 교육감은 관련 질의에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이민종 감사관, 고효선 중등교육과장 등 교육청 실무진이 대신 나섰다. 실무진 바로 옆에 앉은 조 교육감은 민감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속이 타는 듯 연신 물만 마셨다.

기자회견은 원래 전날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교육청은 “조 교육감이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기자들의 반발에 못 이겨 급하게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조 교육감은 내내 ‘묵비권’으로 일관했다. 이 감사관은 “조 교육감은 기억이 불완전할 수 있고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직접 답변이 어렵다”고 얼버무렸다.

조 교육감이 올린 ‘내로남불’식 페이스북 글 논란도 여전하다. 그는 “전임 문용린 교육감도 2명(조연희 전 전교조 서울지부장 등)을 특별채용으로 복직시켰고, 이번 특별채용은 이런 큰 흐름의 일환”이라고 썼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문 교육감 때는 문제 삼지 않던 부분을 감사원이 ‘표적감사’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교사 2명에 대한 특별채용은 문 전 교육감이 아니라 곽노현 전 교육감이 한 것이다. 곽 전 교육감은 2012년 사학법인 비리 제보와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해직된 교사 2명을 특별채용했다.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는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기자가 “팩트 확인을 하지 않고 쓴 것을 인정하느냐”고 몇 차례 질문하자 이 감사관은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한 점을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답했다. 정작 글을 쓴 당사자인 조 교육감은 침묵을 지키고 교육청 실무진이 대신 사과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특별채용한 교사 5명 중 1명이 조 교육감의 선거운동을 도운 이력이 있어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감사관은 “특채 요건과 원칙에 맞는다면 굳이 선거에 나온 분을 배제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정정당당하게 심사를 진행하고 임용했다”고 강조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는 수사를 통해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말을 아끼고 싶은 조 교육감의 입장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지지자에게 둘러싸인 페이스북에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다가 기자회견에선 침묵을 지키는 이중적 태도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세 시간 남짓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내로남불·불통·오만·제식구 감싸기’ 등 이 정부에서 반복된 문제점들이 종합세트처럼 압축돼 있었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포인트를 조 교육감만 모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