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분야 개발자 ‘구인(求人) 대란’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빅테크뿐 아니라 제조·유통·교육 등 전 산업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개발자 확보가 발등의 불이다. 쓸 만한 개발자가 태부족이다 보니 고액 연봉, 억대 스톡옵션 등은 예사다. 헤드헌터 업체와 계약해 상시 구인하거나 관련 학원에서 원생을 ‘입도선매’할 정도다. 중소기업은 ‘개발자 환승센터’로 전락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개발자 구인난은 근본적으로 ‘인력 수급 미스매치’에 기인한다. 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소프트웨어·시스템통합(SI) 분야 개발자 채용 수요는 32만6450명에 이르지만 공급은 58%인 18만8700명에 그칠 전망이다. 특히 수요가 많은 AI·빅테이터 분야에선 올해 9453명, 내년 1만5000명의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 수십만 명의 청년이 일자리를 못 찾아 노심초사하는데 정작 20만 개 가까운 일자리는 비워두어야 할 실정이다.

더 유감인 것은 이런 상황이 예고됐다는 점이다. IT개발자 양성 필요성은 2010년대 들어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를 때부터 제기되기 시작했다. 특히 2016년 구글의 바둑AI가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 쇼크’를 겪으며 신산업 분야의 인재 양성이 화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도 4차 산업혁명위원회 신설, IT인력 집중양성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지난 4~5년간 말만 무성했을 뿐, 실질적 대처는 미흡했다. 겨우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원을 16년 만에 55명에서 70명으로 늘리고, 8개 대학에 AI대학원을 설치한 정도다. 2018년 30만 명의 IT 일자리 계획을 발표했으나 현실성도,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평가만 받았다. 그렇다면 정부는 그동안 뭘 했을까. 전문인력 양성은 뒷전인 채 특목고·자사고 폐지, 대입 정시비율 확대, 전교조 해직교사 복직 등 이념에 충실한 교육이슈 관철에 몰두했다. 그 결과 교육의 질은 저하되고, 최악의 청년 취업난과 개발자 구인난이 공존하는 아이러니만 남은 것이다.

세상 변화에 무지하고, 아는 게 없으니 계획도 없고, 문제가 드러나도 개선 의지가 없는 ‘3무(無) 교육정책’이 나라 미래를 망치고 있다. 그러면서 말로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2020년 대통령 신년사)니 기가 찰 노릇이다. 경직되고 시대착오적인 교육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