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백신 접종률(61%·17일 기준)이 가장 높은 이스라엘에서 실외 마스크 벗기가 시작되면서 급속한 일상 복귀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영국(48%)과 미국(38%)도 집단면역 달성을 코앞에 두고 있다. 한국의 접종률은 2.9%로 37개 OECD 회원국 중 34위다(아워월드인데이터 기준). 한국보다 접종률이 낮은 국가는 뉴질랜드(2.2%) 일본(0.93%) 호주(0.62%)뿐이다. 하지만 뉴질랜드와 호주는 ‘코로나 청정국’으로 100만 명당 확진자가 각각 0.62명, 0.64명에 불과하다. 12.7명인 한국과는 비교 불가다. 워낙 확진자가 적어 백신 접종에도 느긋하다는 얘기다.

그렇게 보면 선진국 가운데 백신 접종에서 한국에 뒤진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그런 일본마저 정상외교를 통해 ‘백신 가뭄’을 단번에 해소해 버렸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한 직후 화이자로부터 약 1억 회분(5000만 명분)의 백신 공급을 약속받은 것이다. 일본은 9월 말까지 모든 접종 대상자가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한국은 코로나 대응에서 사실상 OECD 꼴찌가 됐다. 뉴욕타임스가 “코로나 우수 대응 국가였던 한국이 굼벵이처럼 백신 접종이 지연되고 있다”고 꼬집은 것도 그래서다. 한국은 영국 옥스퍼드이코노믹스가 꼽은 ‘코로나 확산이 잘 억제되는 32개국’에도 끼지 못했다. ‘K방역’이란 말이 무색해졌다.

상반기 도입이 확정된 백신은 1800만 회분이지만 이 중 60%가량이 혈전 논란이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다. 나머지 백신은 도입 시기나 물량이 매우 유동적이다. 지금 같은 접종 속도로는 집단면역 달성에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백신 확보는 경제회복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올해 3%대 성장’도 자칫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백신 확보를 최우선 정책순위에 둬야 하는 이유다.

전 세계는 백신 확보전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 사례에서 보듯 정치적인 ‘통 큰 결단’ 없이는 확보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내달 한·미 정상회담은 백신 확보에 커다란 분수령이다. 양국 간 산적한 과제가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반드시 백신 관련 성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국민은 지쳐가고 있다.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는 거리두기만 강요할 게 아니라 백신으로 정부의 존재 이유를 입증하고 국민에게 상세한 확보 계획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