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채(私債)시장으로 내몰리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지난해 불법 사채 피해를 봤다고 신고한 876명 중 56.8%(498명)가 20~30대였고, 전년보다 36% 증가했다. 30만원을 빌려 1주일 뒤 이자 20만원을 물어야 하는 초고금리 사채를 울며 겨자 먹기로 쓰고, 이곳저곳 사채로 돌려막는 사례까지 있다(한경 4월 17일자 A1, 8면 참조). 소득이 적고 신용도가 낮은 젊은 층은 대부업체에서조차 돈을 빌리기 쉽지 않다. 정부가 서민을 위한다며 법정 최고금리를 계속 낮춘 게 오히려 한계선상에 있는 이들을 약탈적 사채의 늪으로 밀어넣는 ‘역설’을 낳고 있는 것이다.

2030이 사채를 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론 제대로 된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성장 둔화와 고용 위축이 뚜렷했다. 소득주도 성장,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강행한 여파로 청년을 위한 일자리의 씨가 마른 탓이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19는 이미 고용돼 있는 기성세대보다 고용시장에 진입하려는 청년층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청년이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신용까지 잃는다면 평생 회복 불능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2018년 최고금리를 연 27.9%에서 24%로 낮췄고, 오는 7월 7일부턴 20%로 더 내린다. 최고금리를 강제로 낮출 때의 부작용은 이미 명확하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작년 말 대부업체 187곳을 조사한 결과, 2018년 최고금리 인하 후 신규 대출 승인율이 떨어진 곳이 79.1%에 달했다. 최고금리가 더 내려가면 그동안 대부업체에서 연 20~24%로 돈 빌리던 사람들은 오갈 곳이 없다.

대부업체 대출금리가 높다고 해서 초저금리 시대에 폭리를 취한다고 보기 어렵다. 조달금리가 높고, 빌려줬다 떼이는 돈이 10%에 달하는 등 ‘대출 위험’이 반영된 탓이다. 상위권 대부업체도 수익이 안 나 속속 문을 닫는 게 현실이다. 그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서민, 특히 청년층에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정부의 경제 정책은 한 가지 면에선 일관성이 있다. 정책 실행에 따른 복합적인 영향과 파장은 고려하지 않고, 뭐든지 ‘약자를 돕는다’고 포장해 밀어붙인다는 점이다. 일자리와 부동산 정책이 그렇게 실패했는데, 이젠 서민금융까지 무너지고 있다. 부작용을 뻔히 알고서도 ‘최고금리 20%’가 대통령 공약이어서 강행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무책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