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1등급 96%가 이과생
수능에서 문과생 크게 불리

최만수 지식사회부 기자 bebop@hankyung.com
[취재수첩] 문과 '수포자' 태반인데…통합형 수능 '고수' 교육부

이과 96%, 문과 4%. 올해 3월 처음으로 문·이과 계열 구분 없이 치른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의 비율이다. 지난 15일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하자 교육계는 충격에 빠졌다. “문과가 불리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 격차가 발생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굳이 이과생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문과생들의 수학 점수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교육계의 평가다. 문과 학생이 주로 응시하는 ‘확률과 통계’의 평균 점수는 30.54점이었다. 한 입시 전문가는 “이 정도면 응시생 상당수가 문제를 풀어보지도 않고 그냥 찍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문과생의 절반 이상이 ‘수포자(수학 포기자)’라는 건 교사들 사이에선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수포자 양산은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화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시행된 7차 교육과정의 수학교육 대원칙에 ‘학습 부담 경감’이 명시되면서 “어려운 수학을 꼭 할 필요는 없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경희대, 중앙대 등 서울 소재 대학마저 수학 점수를 아예 반영하지 않는 전형을 시행하자 수포자는 더욱 늘어났다.

이후 적성을 고려하기보다 단지 수학을 피하기 위해 문과를 선택하는 학생이 급증했다. ‘야성’을 잃은 문과생과 스스로 ‘고행(苦行)’을 택한 이과생의 대결은 불 보듯 뻔했다. 그 결과는 이번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96 대 4란 스코어로 여실히 드러났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취업에 유리한 이과를 주로 선택하면서 “이제는 국어 점수마저 이과생이 높아졌다”는 게 입시업계의 분석이다. 문과생의 수학 포기 현상을 이대로 방치하면 수학뿐 아니라 전반적인 학력 격차가 더욱 극심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성급하게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 강행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이대로 가면 오는 11월 수능에서 문과생이 크게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학습 내용이 어렵고 분량이 많은 선택과목에 일종의 ‘보상 점수’를 주는 표준점수제도도 이과에 유리하다. 상위권 대학 전형에서 수능 최저등급 요건을 맞추지 못하는 문과생도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 개편에 앞서 문과생의 수학 능력 향상에 관해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과 수험생들의 불안감은 크다. 한 수험생 인터넷 카페에서는 “문·이과 교차지원 가능 학과는 벌써 포기했다” “수능 날짜가 다가오는 게 두렵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어려운 건 안 해도 괜찮아’란 말에 넘어가 수학을 포기했던 문과생 앞에 놓인 냉혹한 현실이다. 대학 졸업 후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기류에 좁아진 취업문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다음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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