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세계 집값이 미쳤다"…증시보다 뜨거운 주택시장
“세계 집값이 미쳤다.” “이보다 뜨거울 수 없다.” 요즘 증시보다 더 뜨거운 주택시장의 현실이 녹아 있는 표현이다. 침체기 ‘채권’, 저점 전후 ‘주식’, 과열기 ‘부동산’이라는 재테크 수단별 경기를 판단할 때 지난해 5월을 저점으로 회복 국면에 진입한 코로나 경기가 벌써 과열 국면에 진입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올 만큼 세계 집값이 이례적으로 급등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각국 중앙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완화된 통화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제로(0)’ 정책에 따라 주택담보 대출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유동성도 ‘중앙은행이 최종 대부자 역할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올 만큼 많이 풀려 주택시장 주변 자금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세계 집값이 미쳤다"…증시보다 뜨거운 주택시장
경기순환상 회복기에 접어들면 상업용 부동산 가격부터 오르는 종전과 달리 주택가격, 그것도 공동주택보다 단독주택이 많이 오르는 것은 ‘코로나19’라는 특수 요인이 결부돼 있어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재택과 디지털 콘택트 추세로 굳이 도심에서 주거할 필요성이 낮아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단독주택 선호 경향은 쉽게 꺾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될 것인가와 관련해 코로나 사태 이후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오랫동안 유지돼온 주식과 채권 간 ‘6 대 4’ 원칙이 깨진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자본시장(주식과 채권)과 부동산 시장 간의 ‘7 대 3’ 비율이 유지되고 있다. 돈이 자본시장에만 머물러 있다면 주택시장은 안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제로(혹은 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으로 시장금리의 신호 기능이 무력화됨에 따라 주식과 채권 간 ‘6 대 4’ 원칙이 무너졌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각국 중앙은행이 의도적으로 붕괴시켰다는 표현이 맞다. 금융과 실물 간 격리된 이분법 경제에서는 돈을 푼다 하더라도 실물에 들어갈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주가와 채권가격을 동시에 띄워 ‘부(富)의 효과’로 경기 회복의 마중물을 주기 위한 목적에서다.

실물경기가 살아나 금융과 연계되기 시작하면 점진적으로 출구전략을 추진해야 시장금리의 신호 기능이 살아나면서 깨졌던 주식과 채권 간의 ‘6 대 4’ 원칙이 복구돼 주가와 채권가격 상승세가 집값으로 전이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너무 빨리 추진하면 ‘에클스 실수’, 너무 늦게 추진하면 ‘그린스펀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공존하기 때문에 출구전략 추진 시기를 선택하는 문제는 통화정책에서 최대 난제로 꼽힌다.

출구전략과 같은 대변화를 모색할 때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기준을 명확하게 예고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처럼 금융완화 정도가 강할수록 더 그렇게 해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출구전략 필요성이 처음 언급될 때 미국 중앙은행(Fed)도 이런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일몰조항 중심’ ‘조건충족 중심’ ‘경제지표 중심’ 등 세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첫 번째 기준에 따라 1차 양적완화는 2010년 3월, 2차 양적완화는 2011년 6월, 3차 양적완화는 2014년 10월에 종료됐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기준은 물가상승률이 2.5%를 웃돌고 실업률이 6.5%를 밑돌 때다. 통화정책 시차를 감안해 두 번째와 세 번째 기준 충족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한 2015년 12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Fed가 제시했던 출구전략 추진의 세 가지 기준을 코로나 이후로 적용해 보면 양적완화에 해당하는 무제한 채권매입 정책은 시한이 정해지지 않았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기준도 물가상승률이 2%, 실업률이 3.5%로 더 강화됐다. 지난해 9월 회의에서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해 Fed로서는 물가 목표를 엄수해야 한다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앞으로 출구전략은 ‘실업률이 언제 3.5%에 도달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Fed의 양대 목표의 이론적 근거가 되는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 간의 음(-)의 관계를 보여주는 ‘필립스 곡선’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평준화되다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완전히 흐트러져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는 고소득층의 경우 ‘횡재 효과(bonanza effect)’, 중하위 계층에는 ‘상흔 효과(scaring effect)’를 가져와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고용 사정이 심각해졌다. 주식과 채권가격이 고평가 논쟁에 휩싸이더라도 Fed가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주가와 집값이 오르더라도 ‘또 다른 위기가 태동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 때문에 편치 않은 게 요즘 투자자의 속마음이다.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