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15일(현지시간)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북한 주민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전단 살포를 범죄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이 전단을 막는 걸 넘어 미수에 그쳐도 최대 징역 3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게 한 점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미 의회는 북한, 나이지리아 등 독재국가를 대상으로 인권청문회를 소집해왔다. 그런데 동맹국인 대한민국이 그 대열에 낀 것이다. 국제사회에 얼굴 들고 다니기도 부끄러울 지경이다.

이런 수모는 모두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정부는 김여정이 대북 전단을 비난하자 국내외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북전단금지법을 강행 처리했다. ‘접경지 주민 안전’이라는 구실을 댔지만, 김정은 정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라는 걸 모르는 이는 없다.

탈북민 인권에도 냉담했다. 2019년 강원 삼척에 나타난 북한 목선 선원 2명을 자세한 조사도 없이 서둘러 북으로 돌려보냈다.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청문회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9월 중국에서 체포돼 구금된 탈북 여성 2명이 인신매매범에게 다시 넘겨진 건 문재인 대통령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정부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3년 연속 빠졌고, 2016년 통과된 북한인권법에 따른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기록소 설치도 차일피일 미뤄 왔다.

헌법상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1996년 대법원 판례로도 확인됐다. 그런데도 이들 인권을 이토록 무시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인권 경시는 북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통령 비난 대자보를 붙인 20대에게는 벌금형이 선고됐고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진 50대 남성은 모욕 및 경찰 폭행 등의 혐의가 추가되며 아직도 구속돼 있다.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인권을 후퇴시켰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스미스 의원이 “한국의 민주주의는 부식됐다”며 “현 정부 들어 인권 개선을 기대했지만 되레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북한 이슈를 다루는 시민사회를 탄압했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권을 대외정책의 중심으로 삼겠다고 공언해온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청문회 증언을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 일각에선 미국의 인권 문제 제기가 내정 간섭이라거나 청문회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등의 말이 나온다. 참으로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