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국가부채에 대해 또 경고를 내놨다. 한국 미션단장인 안드레아스 바우어 IMF 아시아태평양국 부국장보는 지난 13일 “한국의 인구 감소, 노령화와 관련된 의료비 및 기타 부채는 향후 우려를 제기한다”며 “부채가 폭발하지 않도록 재정정책을 장기적 틀에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이달 초 IMF가 코로나 이후 한국의 나랏빚 증가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를 것으로 전망한 데 이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당시 IMF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이 올해 53.2%에서 2026년 69.7%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IMF가 분석한 주요 35개국 중 증가폭이 가장 크다.

IMF가 한 달 새 두 차례나 한국의 나랏빚에 우려를 밝혔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외환위기 때 구제금융을 제공했던 IMF의 지적은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보는 국제사회 시각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같은 지적에 정부가 계속 반박만 하는 게 과연 옳은 대응인지 의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어제 “한국은 장래 발생 가능 부채까지 부채로 인식하는 등 범위가 다른 나라보다 넓다”며 “굉장히 엄격하게 부채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최근 “나랏빚이 사상 처음 GDP를 추월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나랏빚은 중앙·지방정부 채무를 뜻하는 국가채무(D1)만을 의미하며 공공기관·공기업 부채나 연금충당 부채 등을 포함한 국가부채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나랏빚 산정 기준은 D1~D4로, 국가나 국제기구에 따라 차이가 있다. 기재부는 국가채무 기준으로는 재정건전성이 나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싶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복잡한 나랏빚 계산 방법이 아니다. 모든 빚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구제금융을 받은 전력이 있는 데다 기축통화국도 아니기에 더 그렇다.

정부가 아무리 괜찮다고 강변해도 국제사회가 불안하게 보면 국제신인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IMF는 주요국들이 코로나로 늘린 빚을 올해 이후 줄일 것으로 예상하는 반면, 한국은 각종 현금성 의무지출 증가로 계속 빚을 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채무비율이 5년 새 20%포인트 이상 급등한 국가의 신용등급이 유지된 전례가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부는 자꾸 변명만 할 게 아니라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재정준칙 통과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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