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AI 미술관으로의 초대
인공지능(AI)은 일상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기술이 됐다. 우리 손에서 떠나지 않는 스마트폰 속의 AI 앱, 의료 진단과 치료, 금융 상담과 투자관리, 정보통신기술과 농업을 융합한 스마트팜, 자율주행차와 로봇, 요리, 법률 서비스 등 앞으로 AI가 사용되지 않는 분야를 찾는 것이 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AI는 인간의 창조 활동인 예술 분야에서도 활용된다. 특히 시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미술 분야에서도 AI는 창작에 영향을 준다. 2018년 미국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AI 화가가 그린 ‘에드몽 드 벨라미’ 초상화가 약 5억원에 판매됐다. 2019년 소더비 경매 시장에서도 독일 AI 아티스트가 제작한 작품이 약 6000만원에 거래됐다. 영국의 한 매체는 세계 AI 미술 시장이 곧 1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국내 미술계에서도 화제가 됐던 작품이 있다. 수면을 경계로 독도를 서양화 기법으로 그린 작품으로, 작가는 예술이라는 창의적인 영역에서 AI가 활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전했다. 나 역시 이 그림으로부터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AI 기술을 이용하면 누구나 멋진 그림을 작업할 수 있다. 간단한 스케치로 매우 사실적인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 그림에 소질이 없는 사람도 미술 작업에 대한 접근이 쉬워졌다. 화가처럼 멋진 풍경을 담아내기 위해 캔버스에 붓질을 하면서, 여러 색상의 물감으로 덧대진 그림은 아니지만, 누구나 전문가 수준의 그림을 탄생시킬 수 있다.

AI는 경험으로부터 학습한다. 이는 사람의 학습 방식과 유사하다. AI는 실제 그림에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질감, 그림자, 색상 등을 학습해서 독창적인 새로운 예술 작품을 창조한다. 다른 그림에서 여러 부분을 그저 조합하거나 잘라 붙이기만 하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방법과 흡사하게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AI 기반 그림은 작가의 창작 과정, 작품에 사용한 기술, 작가의 경험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일반적인 미술 전시와 다른, 가상 갤러리에서 수천 개 예술 작품의 창작 과정까지 감상할 수 있다. 또 AI는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것 외에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디지털로 창조해 영화나 게임 등 폭넓은 장르에서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올해도 가상 미술 전시관들이 잇따라 개관한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AI 아트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AI의 예술 행위를 통해 관객을 기상천외한 생각과 창조의 세계로 안내해주는 전시관도 있다. 잠시 시간을 내 AI 미술관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