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정·현재쾌락 기반한 정책
불안감 키우고 재무적 행복 '뚝'
'미래지향'으로 국민만족 높이길

서용구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
[시론] 과거 부정과 국민 행복

시간조망(time perspective)이란 개념이 심리학, 경영학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간에게 주어진 물리적 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하지만, 우리는 생애주기와 가치관, 문화에 따라 시간을 다르게 인식하며 살아간다. 시간조망은 개인의 행동방식과 주관적인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

시간조망은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생각에 따라 다음과 같은 하위 요인으로 구성된다. 첫째 과거에 대한 인식은, 과거사를 보는 시각이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 하는,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과거 부정’은 과거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생각한다. 과거 부정이 심해지면 강박적 소비성향이 강해지면서 재무적 행복도를 끌어내리게 된다. ‘과거 긍정’은 과거 사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즐겁게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다.

둘째, 현재에 대한 인식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현재 쾌락’은 카르페디엠적 인생관을 따르는 시간조망이다. 카르페디엠은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한다’는 라틴어에서 비롯된 말로 ‘오늘을 즐겨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현재의 즉각적인 소비와 쾌락을 추구하게 된다. 최근의 2030세대를 설명할 수 있는 시간조망이다. 60년 이상 월급을 저축해도 서울에 집을 사기 힘들어진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이 같은 인식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현재 운명’은 현재 노력과 미래 결과와의 관계가 거의 없다고 믿는 운명론적 인생관에서 비롯된 시간조망으로, 노력을 소홀히 하고 무기력증에 빠질 수 있다.

셋째, 미래에 대한 인식이다. ‘미래 지향’은 자신의 미래에 집중하며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있는 경우다. 미래지향성이 높을수록 현재 노력을 미래에 보상받으려는 성향이 강해진다. 꿈이 원대하고 건강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일수록 미래지향성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행복한 사람은 주로 ‘과거 긍정’과 ‘미래 지향’에서 높은 점수를 나타낸다고 한다. 다섯 가지 시간조망 하위 요인들과 재무적 행복과의 관계도 밝혀졌다. 과거 부정이 강할수록 강박적 소비와 충동 소비가 많아지면서 재무적 행복도는 떨어진다. 반대로 미래 지향성이 높을수록 재무적 행복도는 높아진다. 이는 미래를 기획하고 현재의 소비를 통제하면서 인생에 대한 통제감도 높아지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 행복지수 랭킹에서 50위권 밖에 있는 행복 후진국이다. 지난 1년간 특히 한국인들의 행복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코노미스트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국민 만족도 변화 국가 비교’에서 일본인의 행복 수준은 소폭 개선됐는데 한국인의 행복도는 1년 전보다 악화된 것이다. 일본의 경우 총리 교체와 올림픽 기대감이 국민의 미래지향성을 조금 높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인 행복도 감소는 아파트 가격 폭등과 세금 폭증으로 부동산 소유자와 세입자 모두에게 불쾌감을 줬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과거 부정 시간조망과 내로남불식 태도가 미래 불안감을 높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와 가계 모두 급격한 부채 증가로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재무적 웰빙은 급격히 훼손되고 있다.

지난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는 이번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심판으로 평가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부동산 정책, 적폐청산 등 이번 정부의 핵심 정책들은 ‘과거 부정’과 ‘현재 쾌락’에 기반한 시간조망을 갖고 있다. 현재의 만족을 위해 국가 부채를 무리하게 늘리고 미래 세대에 그 부담을 떠넘기는 정책은 2030세대가 등을 돌리게 만들었고, 기성세대에게도 미래 불안감을 증폭시켜서 행복감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개인, 조직, 국가 모두 다르지 않다. 과거를 긍정하고, 현재에 감사하며, 미래지향적 시간조망을 가진 사람이 많을수록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과거를 부정하는 정책을 폐기하고 미래지향적 시간조망으로 국민의 행복감과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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