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참패로 지도부 전원이 사퇴한 더불어민주당이 새 지도부 구성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지도부 물갈이에도 불구, 국정운영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얘기가 당·정·청에서 계속 흘러나온다. 김태년 당대표 대행과 청와대 관계자들, 그리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부동산을 포함해 대부분 정책을 변함없이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공통적으로 읽힌다.

이는 다분히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했다. 정책 전환이 아니라 ‘국민 요구 실현’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한 것이다. 하지만 국정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서 국민의 질책을 받아들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그럴 거면 당 지도부 물갈이는 왜 하는가. 선거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86%가 ‘국정 운영 방향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인가.

정부·여당이 ‘부동산 부패 청산’이라는 말로 LH 사태를 수습하는 정도에서 적당히 넘어갈 생각이라면 선거로 확인된 분노한 민심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착각이다. 국민이 여당에 등을 돌린 것은 부동산 문제뿐 아니라 지난 4년간 일련의 실정(失政)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쌓였기 때문이다. ‘일자리 정부’를 내걸었지만 고용상황은 거의 매달 ‘사상 최악’ 행진이다. 경제약자를 돕겠다던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오히려 소득 격차를 확대했고 비정규직 숫자를 대폭 늘려놨다. 기업을 옥죄고 기업인을 형사처벌하는 규제 일변도 기업정책은 투자와 일자리 감소는 물론 경제활력까지 떨어뜨렸다. 신기술과 혁신은 기득권 집단의 반발로 조기에 싹이 잘리기 일쑤였다.

최근 ‘일자리 정부’나 ‘소득주도성장’ 같은 구호가 사라진 것은 정부·여당 스스로 정책 오류를 인정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여권이 진정으로 이번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면 최소한 오류와 부작용이 명백히 드러난 고용·기업·부동산 등 경제정책만이라도 우선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는 대통령이 말한 경제 회복, 민생 안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혹여 정책기조를 바꿨다가 정치적으로 더 큰 수세에 몰릴 것을 우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냥 뭉개고 버틸 경우 1년 남은 임기 중 레임덕만 더 가속화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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