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선거 전과 후의 말이 달라질까. 4·7 재·보궐 선거 과정에서 심상찮은 ‘부동산 민심’을 감지하고 수차례 사과와 함께 사실상 정책기조 전환을 약속했던 여당이 선거 참패 후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당 지도부가 선거일 임박해 내놓은 것들을 보면, 그동안 정부의 25차례 부동산대책을 사실상 뒤집겠다는 것이 주류를 이뤘기 때문이다.

우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부터 지난달 31일 “주거 문제를 제대로 못 살폈다. 무한 책임을 느끼고 사죄한다”며 머리를 숙였고, 핵심 당직자들도 그 뒤를 따랐다. 그러면서 나온 게 △공시지가 인상률 조정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 완화 △재건축·재개발 민간참여 허용 방안 등이다. 그동안 ‘집을 사지도, 보유하지도, 팔지도 못하게 만들었다’는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팽배했음을 의식한 것들이다. 심지어 선거 당일 이 위원장은 지지층의 투표를 독려하면서 “국민에게 많은 약속을 했다. 그런 말씀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다짐까지 했다.

하지만 선거 이후 정부의 기류는 선거 전 민주당이 쏟아낸 약속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관계장관회의에서 “기존에 해오던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은 유지하고 특히 2·4 대책은 일정대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면서도 부동산 정책 변화에 대한 언급 없이 부동산 부패 청산만 강조한 것도 여당과 거리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여당 지도부는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선거에 참패하고 지도부가 바뀐다고 해서 선거 전에 늘어놓은 약속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벌써 그럴 조짐이 엿보인다. 일부 친문 인사들은 선거 패배 이유를 개혁과제 실행 부진으로 돌리며 ‘개혁’을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정책도 그대로 밀고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셈이다.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여당은 1주택자 종부세 완화 등을 약속했다가 선거에서 압승하자 유야무야 뭉갠 전력이 있다. 그런 기억은 국민에게 ‘학습효과’로 각인된다. 더구나 내년 3월 대선까지 국민이 여당의 선거 전 약속을 잊기엔 시간이 너무 짧지 않은가. 지키지 못할 약속이면 애당초 하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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