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백신 보릿고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런 고민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그냥 맞자니 혈전 생성 등 부작용이 걱정되고, 거부하면 접종순서가 한참 뒤로 밀리니 그것도 불안하다.

AZ를 둘러싼 혼선이 점입가경이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접종을 시작하면서 65세 이상을 제외했다가 3월 중순에야 포함시켰다. 그러다 혈전 문제가 부각되며 혼란을 빚었지만 접종은 유지해오다 지난 7일 AZ 접종을 또 중단했다. 이번엔 60세 미만이다. 그러더니 주말에 재개 여부를 다시 발표한다고 한다. 국민들 머리가 복잡해지지 않을 수 없다.

방역당국의 오락가락을 무조건 비판할 일만은 아니다. 해외 권위 있는 기관의 발표와 타국의 동향도 살펴야 하고,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AZ 차질로 2분기 백신 공백은 이제 기정사실이 됐다. 정부는 2분기까지 1200만 명 접종을 목표로 잡았지만 지금까지 100만 명을 겨우 넘겨 6월 말까지 1100만 명이 맞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분기 대상자의 70%에 해당하는 770만 명에 AZ 접종을 계획했는데 이번에 중단된 대상자만 237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다른 백신의 도입 일정도 불투명하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 확진자 수가 3개월 만에 다시 하루 700명대로 올라섰다. ‘4차 대유행’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정부는 오늘 방역조치 강화를 발표할 것이 유력하다. 하지만 정부 방역정책에 순응하던 국민들이 요즘은 생각이 좀 달라진 듯하다. 확진자가 급증하는데도 마스크조차 잘 안 끼던 나라가 빠른 백신 접종 덕에 급속히 일상으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면서다. 확진자가 늘 때마다 정부는 국민 탓을 했을 뿐, 가장 중요한 백신 확보도 제대로 못 했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정부는 지난 2월 화이자 백신 300만 명분을 추가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당시 화이자 측이 백신을 더 사면 더 많은 물량을 조기에 공급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우리 정부가 거절했다고 한다. AZ 백신을 둘러싼 지금의 혼란도 결국엔 다른 백신을 미리 확보하지 못한 탓인데, 정부가 대체 왜 그랬는지 의문이다.

과거 봄철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시간이 지나면 보리라도 열릴 것이란 희망 때문이었다. 지금 정부는 ‘백신 보릿고개’만 지나면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에게 주고 있는가.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