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에서 분출된 성난 민심에 놀란 정부가 레임덕을 막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개각을 서두르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선 출마 준비를 위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5~6개 부처 장관이 교체 대상으로 거명되고 있다. 지도부가 총사퇴한 여당 일각에서 내각 일괄 사퇴와 청와대 쇄신까지 거론하는 걸 보면 그 폭이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개각이 이뤄지면 새 내각은 임기를 1년 남짓 남긴 문재인 정부의 국정 마무리를 맡게 될 것이다. 이를 잘 수행하려면 개각을 ‘국면 전환용’으로 여겨선 안 된다. 민심이 투표를 통해 강력히 요구한 것은 한마디로 정책기조를 바꾸라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 부동산, 탈원전 등 핵심정책 가운데 탈 나지 않은 게 없을 정도다. 지난 4년간 숱한 정책 전환 요구에도 고집스럽게 집착해 오다 이번에 국민의 회초리를 맞은 것이다.

말 그대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려면 정치적 계산을 배제하고 능력 위주로 내각을 구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려면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돌려막기’식 인사 행태에서 탈피해야 한다. 총체적 국정 실패를 초래한 것도 능력과 전문성보다 진영과 이념에 갇혀 좁은 인재풀에 의존해 온 탓이 크다. 현 정부 4년간 의원 겸직 장관은 17명으로 노무현(10명), 이명박(10명), 박근혜 정부(9명)보다 훨씬 많다. 지금도 장관 18명 중 6명이 의원 겸직이다. 아무리 청문회 통과를 의식했다고 해도 장관 자리가 의원 경력 쌓기용이어선 곤란하다. 친문 캠프 출신과 여당 의원들을 장관으로 꽂아넣고 청와대가 만기친람하는 바람에 장관들은 사실상 ‘허수아비’로 전락한 게 현실이다. “장관이기 전에 여당 국회의원”이라는 장관도 있으니, 대통령제인지 의원내각제인지도 헷갈릴 정도다.

문 대통령은 “국민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더 낮은 자세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했다. 4년 전 취임사에서 “지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다”고 언급했던 대로만 하면 된다. 인재풀부터 활짝 열어 전문가를 기용하고, 한 번 맡겼으면 청와대가 쥐고 흔들려 하지 말고 권한과 책임도 부여해야 한다. 야권 인사라도 합리적 시각을 갖추고 능력을 검증받은 전문가라면 기용 못 할 이유가 없다. 그래야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최근의 글로벌 경기회복 흐름에 올라탈 수 있을 것이다. 또다시 ‘캠코더’ 개각일 거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