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에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세계경제가 살아나면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상향조정되고 있다.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 등 해외 투자은행(IB) 9곳이 전망한 올해 한국 성장률은 지난달 말 평균 3.8%로, 한 달 전보다 0.2%포인트 높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6%와 3.3%로 0.5%포인트 올렸다.

코로나로 침체됐던 경기를 끌어올리는 것은 기업투자와 수출이다. 1분기 기업들이 공시한 시설투자와 유형자산 취득액은 7조8463억원으로, 작년 동기(2조4028억원)의 3배가 넘는다. 수출은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올 들어 주식·채권 발행을 통한 기업 자금조달액(30조원)이 역대 최대인 것도 경기회복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이른바 보복 소비도 늘어나고 있다.

세계경제의 빠른 회복세는 수출 비중이 큰 한국에는 분명 호재다. IMF는 지난해 3.5% 역성장했던 세계경제가 올해는 6%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미국의 약진이 주목된다. 지난달 미 중앙은행(Fed)은 올해 성장률을 종전 4.2%에 6.5%로 대폭 높였다. 모건스탠리는 7.3%까지 내다보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백신 접종과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형 부양책이 맞물린 효과라는 게 공통적인 분석이다. 미국은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사람이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이런 속도라면 5월 말~6월 초쯤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해 이스라엘 영국 등 백신 접종속도가 빠른 나라들은 속속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다음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한다. 영국은 내달 중순부터 해외여행까지 풀 예정이다. ‘코로나와의 전쟁’의 게임체인저는 오직 백신뿐임을 새삼 입증한 것이다.

반면 국내 상황은 답답하기만 하다. 인구 100명당 접종자 수가 2명이 채 안 돼 OECD 37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정부가 밝힌 2분기 접종계획이 1150만 명인데, 도입이 확정된 백신은 770만 명분에 불과하다. 백신을 제대로 확보 못한 채, 정부는 “거리두기 2주 더 연장”만 되풀이하고, “방역수칙 위반 시 무관용”이라고 다그치고 있다. 이래서는 국민의 인내심도 오래 못 간다. 모처럼 경기회복 훈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 공백’은 찬물을 끼얹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백신 확보로 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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