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서울·부산시장 등 재·보궐선거 투표일이다. ‘네거티브’와 ‘퍼주기’로 점철된 퇴행적인 선거전 양상을 보면 한국의 정치 시곗바늘을 수십 년 전으로 되돌린 듯했다. 그래도 눈 밝은 유권자들은 누가 거짓말쟁이인지, 누가 시민을 위해 봉사할 사람인지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다.

이번 선거는 내년 3월 대선 전초전 격인 데다, 1·2위 대도시의 시장을 뽑는다는 상징성 때문인지 너무 혼탁했다. 무책임한 공약이 난무했고, 진흙탕 비방전이 압도한 탓에 정책과 비전 검증은 극히 부실했다. 그래도 소득은 있었다. 여야 모두 ‘부동산정책,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점이다.

성난 민심을 똑똑히 목격한 탓에, 그동안 당당했던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직무대행조차 “집값 폭등을 잡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선거전 초반 부동산 언급을 자제하던 박영선 민주당 후보도 중반 이후부터는 분노한 민심 달래기에 올인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고, 중산층·서민의 세부담 완화와 공시가격 속도조절도 약속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도 민간개발 활성화와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여당과의 차별화에 집중했다. 부산시장 선거전에서도 부동산 공방이 뜨거웠다. 여당 후보는 5년간 ‘공공주택 5만 가구 공급’을, 야당 후보는 ‘아파트 10만 가구 리모델링’ 지원을 핵심 공약으로 앞세웠다.

선거는 오늘로 끝나지만 국민의 주거 고통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무주택자에게 ‘집 한 채 마련’은 먼 꿈이 돼버렸다. 근로자 연봉(평균 3400만원)을 18년간 모아야 서울 아파트 전세살이(3월 말 평균 전세가 6억562만원)가 가능하니 ‘부동산 지옥’이라고 부를 정도다. 집 있는 사람들도 한 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수천만원의 세금에 허리가 휜다. 공시가 급등으로 지난해 건강보험 피부양자에서 탈락한 고령자가 1만9042명에 달한다.

여당은 지난해 4·15 총선거 당시 ‘1주택자 장기보유’에 대한 세금 경감 등을 약속하고도 선거에서 압승하자 모르쇠로 돌변했다. 소위 ‘부동산 정치’의 부작용이 누적된 게 지금 벌어지는 시장 대혼란이다. 시세보다 높은 공시가가 서울 서초구에서만 3758가구가 확인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선거가 끝나도 그대로 남는다.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부동산 정책 전환을 서두르지 않으면 1년 뒤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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