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서민금융 강화 방안이 점입가경이다.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둔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에 따르면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기존 서민금융회사 이외에 은행과 보험사, 신용카드사 등도 앞으로 서민금융 상품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출연해야 한다. 여당에서 제기한 ‘이익 공유제’가 금융권을 상대로 사실상 시행에 들어가는 셈이다. 정부는 은행과 카드사에 구체적인 서민금융 상품을 출시할 것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런 상품에 대해 70~80%만 보증해주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약자’들을 상대로 생색은 정부가 내고 돈은 금융회사가 내되, 부실이 생기면 금융사들이 일정 부분을 떠안으라는 얘기다.

금융 소외계층 지원을 늘리자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해야 할 복지 차원의 사업을 민간 금융회사의 팔을 비틀어 밀어붙인다는 데 있다. 금융산업은 특성상 정부 규제가 많고 감독도 까다롭다. 재무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금융사를 복지성 정책에 툭하면 끌어들이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그런데도 서민금융을 내건 정부의 ‘금융회사 동원’은 줄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2019년 출시된 햇살론이 대표적이고, 오는 7월부터 대부업 최고 금리를 연 20%로 내리고,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에 중금리 대출 목표치를 제출하라며 압박하는 것 등이 모두 그렇다.

이런 압력이 자꾸 반복되는 것은 금융에 대한 몰이해가 정부와 정치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탓이다. 청와대가 나중에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저신용자에게 고금리는 구조적 모순”이라는 얘기도 결국엔 금융에 대한 오해와 왜곡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금융은 복지수단도, 정치의 하위 변수도 아니다. 엄연히 독립된 산업이고, 여타 산업 분야에 혈액(자금)을 공급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 금융을 자꾸 공공기관처럼 취급하고, 포퓰리즘의 도구쯤으로 여기니 금융산업 경쟁력은 형편없이 떨어지고 자금 흐름에도 동맥경화가 생기는 것이다. 금융의 기본은 신뢰다. 정부와 정치권이 그 신뢰를 강화하지는 못할망정 앞장서서 근간을 뒤흔들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