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생의 동반자 되어줄 신기술
기술의 발달로 사회는 변한다. 새로운 기술과 기계의 출현은 인류에게 편리함을 주고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한다. 세탁기는 가사노동량을 현격히 줄여줬고, 자동차와 비행기 등 교통수단의 개발은 사람들의 이동을 용이하게 해 활동 범위를 넓혔을 뿐만 아니라, 유통 및 물류라는 신산업을 탄생시켰다.

집 안에 찬거리나 신선식품을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던 시절, 우리 어머니들은 매일 동네 어귀에 있는 구멍가게에서 저녁식탁에 올릴 식재료를 사다 바로 요리하셨다. 하지만 식품을 여러 날 동안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가 발명되면서 이런 풍경은 사라졌다. 구멍가게 역시 차츰 동네에서 잊혀졌다. 새로운 기술과 제품의 출현은 새로운 세상을 연다. 동시에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을 사라지게 하기도 한다.

신기술의 발달로 오히려 피해를 보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 노래반주기가 보편화되기 전에는 노래 한두 곡의 가사를 외우고 있고 음정을 맞출 수 있다면 주변에서 노래 잘한다는 칭찬을 듣기 마련이었다. 모임에서 ‘명가수’로 꼽혀 노래를 부르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노래반주기가 보편화되고 나서 가사는 외울 필요 없이 보고 따라 부르기만 하면 된다. 음정과 박자가 조금씩 틀려도 사람은 눈감아줬지만, 기계는 공개적으로 냉정한 평가를 한다. 예전의 명가수가 박자도 못 맞추는 음치로 퇴락하게 된 것이다.

길안내를 해주는 차량용 내비게이터가 보편화되기 전에는 방향감각과 지도 판독 능력이 목적지를 찾아가는 데 큰 도움을 주는 뛰어난 경쟁력이었다. 특히 길눈이 밝다면 한 번 갔던 길을 다시 찾아갈 때 탁월한 능력을 보여 가족들이 감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첨단을 달리는 내비게이터가 보급된 뒤에는 뛰어난 방향감각과 길눈이 밝은 것이 더 이상 남다른 능력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기계에서 나오는 친절한 안내를 무시하고 자기 생각대로 주행하다가는 길을 헤매거나 목적지에 늦게 도착해 동승자의 핀잔을 듣기가 일쑤다. 예전에 이런 능력을 경쟁력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새로운 기기의 출현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공학자인 필자도 이 두 기계만큼은 크게 환영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술의 진화로 세상은 이미 바뀌었다. 과거에 미련을 두지 말고 새 시대에 맞게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 노래반주기에 맞춰 더 감칠맛 나는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하고, 내비게이터의 기능을 자세히 살펴서 성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어느 인문학자는 근대를 “일용할 양식과 일용할 기계가 필요한 시대”라고 했다. 근대 이후 기계와 기술은 그만큼 우리의 일상에 깊게 스며들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급부상하는 인공지능(AI)과 로봇도 인간에게 두려움의 대상이거나 경쟁자가 아니라 나의 능력을 뒷받침해 주는 든든한 동반자로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