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충격을 딛고 세계경제가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산업 패권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반도체산업이 대표적이다. 미국이 메모리 부문에까지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고 대만도 국가 지원체제를 강화하면서 한국의 반도체 아성도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산업 패권전쟁은 반도체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인공지능(AI), 바이오테크 등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유효 법인세 부담이 경쟁업체인 대만 TSMC의 2.5배라는 한경(4월 2일자 A1, 3면)의 분석은 무한경쟁 시대에 시사점이 적지 않다. 대규모 시설투자가 관건인 반도체산업에서 세금감면(시설투자세액공제율)이 한국은 3%, 미국은 40%라는 비교는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한국 주력산업의 선도기업들이 모래주머니를 찬 채 글로벌 경쟁에 뛰어든 꼴이다.

글로벌 산업 경쟁에서 핵심요인은 기업에 대한 세금과 규제 문제로 요약된다. 유·무형의 각종 사회인프라도 중요하지만 기술개발, 인력유치, 투자활성화가 모두 이 문제로 귀결된다. 국제비교가 돼 자본이 국적을 선택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한국의 법인세는 명목세율뿐 아니라 실질세율도 경쟁국들보다 높다. 기업의 세부담을 경감해주는 것은 코로나 위기 극복과정의 국제적 메가트렌드다. 미국처럼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세제·세율이 경제여건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한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최근 수년간 ‘대기업·부자 증세’로 치달아온 한국에선 세금을 마냥 늘어나는 것으로 여길 뿐이다.

기업 규제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기업규제 3법’부터 중대재해처벌법 등 산업 규제는 갈수록 강도가 세지고 있다. 오죽하면 기업 규제를 10%만 완화해도 1.5% 추가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연구보고서까지 나와 있을까. 경제성장률이 1% 하락하면 취업자는 45만 명 이상, 신생기업은 8000개나 줄어든다. 그런데도 돈 안 드는 규제완화는 말뿐인 채 늘 뒷전이다. 미국 포천지(誌)가 선정한 ‘2020년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한국 기업이 전년보다 2개 줄어든 이유도 다른 데 있지 않다.

코로나 위기 와중에 4차 산업혁명이 더욱 가속화돼 세계 주요 산업은 커다란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미·중 갈등도 결국엔 기업 간 경쟁과 산업전쟁으로 표면화되고 심화될 것이다. 대(大)전환기의 산업 패권전쟁에서 밀리면 일자리도, 복지도 다 헛구호가 된다. 정부·여당은 기업과 산업을 보는 시각부터 바로잡고, 시계(視界)를 세계로 넓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