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봄꽃이 만발했다. 날이 풀리면서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거리는 전보다 활기가 느껴진다. 백화점과 식당에도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코로나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지난겨울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

각종 경기지표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어제 발표된 3월 수출은 538억3000만달러로 작년 동월보다 16.6% 늘었다.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헬스 제품이 호조를 이어가고, 유가 상승 덕에 석유제품 수출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5개월째 증가세인 수출 훈풍에 산업활동도 개선되는 모습이다. 2월 산업생산은 8개월 만에 최대폭인 2.1%(전월비) 늘었다. 기업 심리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코로나 직전 수준을 넘어섰다.

하지만 본격 경기회복을 장담하기엔 아직 이르다. 수출과 달리 내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아서다. 2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8.4% 늘었지만, 전달에 비해선 오히려 0.8% 감소했다. 설비투자도 마찬가지다. 비교시점이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작년 상반기여서, 아직은 기저효과가 더 크다는 얘기다.

꿈틀대는 경기가 다시 곤두박질칠 요인도 많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코로나 재확산 여부다. 한국은 백신접종 속도가 한참 뒤처져 있다. 전 국민 백신접종률이 1.6%대에 불과해 세계 100위권 밖이다. 수출과 산업생산은 반도체 공급 부족이란 악재에 직면해 있다. 일자리도 세금으로 만든 공공일자리를 빼면 나아졌다고 보기 힘들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트위터에 “경제 회복이 앞당겨지고, 봄이 빨라질 것입니다”라고 올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대부분 경제지표가 우상향하는 방향을 가리키며 회복해 희망의 깜빡이가 켜져 있는 모습”이라고 자찬했다. 하지만 최근 회복 조짐은 정부가 잘해서가 결코 아니다. 기업들이 어려운 통상환경 속에서도 악전고투하고, 꾸준히 미래산업에 투자해온 노력이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경기반등 변곡점에서 정부가 생색내기에 치중해선 곤란하다. 정부가 할 일은 안팎에 도사린 위험을 면밀히 살피고,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수출뿐 아니라 내수가 살아야 일자리도 생기고 국민 체감경기도 개선될 것이다. 올해 경제 최대 변수인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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