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공개한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 한국편 내용은 독재와 가난에서 벗어나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이룬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낯 뜨겁다. 공직자들의 부패와 성추행 사례들을 낱낱이 적시했고,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선 ‘표현의 자유 제한’이라고 규정했다. 미국이 북한뿐 아니라 한국의 인권 문제까지 열거한 것은 전례 없는 일로, 어쩌다 동맹국으로부터 이런 평판을 받게 됐는지 여간 씁쓸하지 않다.

보고서는 “유명 인사의 성추행이 중대한 사회적 문제였다”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사례로 꼽았다. 또 “공무원들은 수시로 부패 관행에 관여했다”며 자녀 입시비리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 위안부 기금 유용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더불어민주당), 재산 축소신고 논란의 김홍걸 의원(무소속) 등을 들었다.

대북전단금지법이 중대 인권 침해로 꼽힌 데 대해 통일부는 “북한 주민의 알 권리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3년 연속 불참한 마당에 궤변이 아닐 수 없다. 통일부는 또 “접경지역 주민들 신체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으나, 북한이 위협한다고 국민 안전을 지키지 못한다면 국가의 존재이유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미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 문제를 대북정책의 핵심의제로 다루고 있는데, 한·미 간 인식의 괴리가 동맹 균열을 더 심화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정권에선 국내 인권문제도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진 북한인권단체 대표는 법원이 다른 모욕죄를 얹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부른 변호사는 기소됐고, 대통령 비판 대자보를 붙인 청년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때 마약을 하거나 보톡스 주사를 맞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한 시민단체 간부에 대해 대법원은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며 무죄 판결했다.

인권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할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그런데도 남북한 대화에 매달려 대북 인권문제에 눈감고, 인권마저 이념적 이중잣대로 잰다면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은 바닥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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