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상공의 날(3월 31일) 기념식에 참석해 “공개적으로 기업의 애로를 듣겠다”며 “활발히 만나 대화하자”고 제안했다. 유영민 비서실장과 이호승 신임 정책실장에게는 “경제계와 정부가 같은 마음으로 소통해 달라”며 “대한상의를 통해 수집되는 기업 의견을 최우선적으로, 또 정례적으로 협의해서 함께 해법을 모색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간 문 대통령의 기업 관련 발언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는 게 경제계 반응이다. 기업과 ‘정례협의’를 하겠다는 대목부터 그렇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경제단체 주관 행사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상의 주최 신년인사회에는 4년 연속 불참했다. 그랬던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기업과 정기적으로 만나라고 한 것은 기업정책 방향 전환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문 정부에서 기업, 특히 대기업과 경제단체들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해체를 반복적으로 주장했고, 정부 관계자들은 노골적으로 ‘전경련 패싱’을 일삼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정권 초기 비정규직 정책을 비판하다 대통령은 물론 복수의 여권 인사들로부터 “경총부터 반성하라”는 호된 질책을 들어야 했다. 문 정부 출범을 전후해 이재용 삼성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이 잇따라 구속되자 대기업들은 의견 개진은 고사하고 몸을 사리기에 바빴다.

그랬던 대통령이 기업에 화해 제스처를 보낸 것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궁지에 몰리자 내놓은 궁여지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유가 무엇이든, 한참 늦긴 했지만 이제부터라도 기업의 목소리를 듣겠다면 제대로 경청하기 바란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입만 열면 기업을 돕겠다고 했지만, 막상 정책과 입법에선 끊임없이 기업을 규제하고 옥죄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상법 등 ‘기업 규제 3법’과 노조법이 그렇고, 올초 입법화된 중대재해처벌법도 마찬가지다. 경제단체들이 막판까지 재고를 요청했지만 정부·여당은 귀를 닫았다. 이에 반해 ‘규제샌드박스 5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규제완화 법안들은 국회에서 계속 잠자고 있다.

정부가 이번에도 립서비스에 그친다면 경제계가 등을 돌리는 것은 물론 경기회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다. 최근 경기지표 반등도 기업이 분발한 덕이다. ‘기업이 희망’이라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다시 공허하게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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