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는 한국 사회의 아킬레스건이다. 고령화 속도 1위, 출산율은 거꾸로 1위다. 모두 세계 최악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효과 없는 재정투입 일변도로 달려왔고,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빠진 채 큰 관심도 없다. 오늘부터 시행된 일본의 신(新)고령자고용안정법은 우리에게 시사점이 적지 않다. 초고령사회에 대한 고민과 준비를 가장 먼저 경험한 일본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이 법은 기업이 종업원 정년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연장하거나 다른 곳으로의 재취업 및 창업지원 노력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골자다. 기업에 ‘노력 의무’는 부과했으나 ‘70세로 연장’은 권고사항이다. 벌칙조항도 없어 강제법은 아니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가 야기하는 근본 문제는 생산가능 인구(15~64세) 감소로 국가 생산성이 떨어지고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서 저성장 고착화의 악순환에 빠진다는 점이다. 생산인구 절대 숫자를 바로 늘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고령인구를 산업·경제 활동에 적극 포용하면 경제활동 인구 급감을 막으면서 성큼 다가선 초고령화 사회에도 대비할 수 있다. 일본의 고령자고용안정법 취지가 그런 것이다.

비록 ‘권고’사항이라 해도 정년연장만 떼어놓고 볼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정년연장은 청년 일자리와 충돌하는 데다, 노조 편향적으로 기운 고용·노동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결국 고용유연성 제고와 정년연장을 함께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한국의 고용·노동·임금제도 경직성은 그 자체로 해묵은 개혁과제이지만 노동계 반발로 이젠 시도조차 안 보인다. 차제에 두 아젠다를 함께 놓고 미래를 준비하자는 것이다. 정부부터 관심을 가져야겠지만, 사회적 타협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테이블 위에 적극 올려보면 어떤가.

현 정부가 집권한 2017년(35만8000명) 처음 40만 명 밑으로 떨어진 신생아 수가 지난해엔 사상 최저(27만6000명)로 추락하며 30만 명 선도 무너졌다. 출산율이 점점 떨어지는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해마다 높아져 지난해 15.7%였고, 2025년이면 20%를 넘겨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고용의 유연안정성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젊은 노인’ ‘경험·지식을 가진 은퇴자’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국민연금 고갈시기 연장, 젊은 세대 부담 완화, 생산성 제고는 물론 노사 간 대립 문화 해소까지 꾀하는 방안이다. 일본의 앞선 고민과 해법찾기 노력을 눈여겨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