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전 안전관리체계 구축
유해위험 기계·공정 교체 필요

조성재 <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기고] 사고방지시스템 투자로 산업안전 지킬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경영계는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안전 규제를 강화하면 경영 활동이 더 움츠러들 것이라고 한다. 반면, 노동계는 법 통과 이후에도 사망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며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렇듯 법제도에 대한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산업 현장의 안전 수준이 실질적으로 제고돼야 한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한다.

지난 1월 8일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은 현재 시행령 작업에 들어가 있다.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되기 때문에 아직은 노사 모두 현장에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최고경영자가 처벌받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업들의 법률 자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이것이 단지 방어적 차원의 준비로 끝나지 않으려면 안전에 대한 관심이 확장되고 심화돼야 한다.

일부 경영자가 주장하듯이 산재 예방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불안전한 행동이 교정돼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불안전한 행동이 있더라도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과 실천이다. 최근 산업안전 전문가들의 제언도 여기에 집중되고 있다. 예를 들어, 2인 1조 작업수칙 준수나 정비 작업 시 스위치를 꺼두는 등의 조치다. 그렇지만 안전수칙을 준수해도 기계 설비나 장비 고장으로 인한 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하며, 때로 사망 사고로도 이어진다. 바로 이 점이 역설적이지만 산재 예방의 새로운 해결점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산업화의 역사가 50여 년에 이르면서 낡은 공장, 손상된 설비와 장비, 녹슨 기계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제 새로운 안전 투자의 사이클을 일으킬 때가 된 것이다. 과거의 노후화된 시스템을 과감히 교체해야 한다. 환경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녹색 산업 투자의 필요성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게 된 것처럼, 이제는 안전 투자가 필요하다는 말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때가 됐다.

우선 재해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 기계나 기구, 설비나 공정 자체를 교체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기계, 기구 기준으로 산재통계를 추출해 보면 이동식 크레인, 고소작업대, 리프트 등의 사고율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 그 요인 중 하나는 2009년 이전에 이들 기계에 안전인증제도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여전히 미인증 기계 2만여 대가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또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산업에서 공정 자체가 노후해 폭발이나 화학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점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행히 정부에서 안전 투자 혁신사업을 통해 이들 3종의 위험 기계와 뿌리산업 공정 개선에 올해부터 3년간 약 1조원의 예산을 지원한다고 한다. 현장의 사고 감소를 기대해 봄 직하다.

나아가 정보기술(IT)이 접목된 최신 기계나 공정으로 교체하는 안전에 대한 투자는 산업 현장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고 고용을 창출하며,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게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전인 2018년 12월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된 바 있다. 최근 법제도의 변화는 안전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에 대한 의무가 강화되는 추세를 뚜렷이 보여준다. 이런 시기에 기업이 안전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사고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최선의 대응 방안이자 최고의 안전 대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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