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트랜지스터에서 AI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세기의 대국이 벌써 5년 전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AI라고 하면 알파고를 떠올린다. 5년이 지난 지금, AI는 현실에서 얼마나 사용되고 있을까? 헬스케어, 주식투자 등 여기저기 AI를 주자로 내세운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지만 사실 AI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AI가 우리 생활에 스며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트랜지스터가 1946년 미국에서 발명되고 우리 삶을 지배하기까지 걸린 시간을 보면 된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됐으니 정확히 61년 걸렸다. 그러나 이젠 모든 게 더 빨리 움직이니 60년의 10분의 1의 시간이라고 보면, 이제부터 AI가 본격적으로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 스며들 것이다.

풀어야 할 문제는 기술만이 아니다. 윤리적 문제도 풀어야 한다. 지난해 AI 챗봇 ‘이루다’는 단기간에 100억 건에 가까운 데이터를 쌓으며 인기를 얻었지만, 윤리 논란을 일으키며 한 달여 만에 잠정적으로 운영을 중단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챗봇 테이가 서비스 시작 16시간 만에 운영을 중단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트랜지스터에서 아이폰까지는 중간에 집적회로(IC)라는 단계가 있었다. 지금 인터넷이 그러하듯, 숨 쉬는 것처럼 AI가 우리 삶에 스며들려면 뭐가 필요할까? 답은 데이터다. AI 기술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물 흐르듯 유통돼야 한다. 그럼 데이터를 더 모으고 활용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클라우드다.

AI 기술의 근본은 클라우드가 받치고 있다. AI의 고도화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서 출발하는데, 클라우드 없이는 불가능하다. AI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정보를 학습해야 하는데 기존 정보기술(IT) 환경에서는 확장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어느 교수와의 대화에서 AI와 데이터, 클라우드는 밥과 쌀, 쌀독이자 밥솥과 같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손뼉을 쳤다. 그렇다, 클라우드가 없다면 우수수 흩어져 버릴 데이터를 잘 모으고 분석해 우리의 미래 먹거리로 만드는 것이다.

기술은 모든 산업에서 사용될 것이며, 앞으로 기업은 AI를 사용하는 기업과 아닌 기업으로 나뉘게 될 것이다. 지난주 글에서 대한민국의 OT(Operation Technology)와 IT 결합이 가져올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여기에 AI까지 연결된다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AI가 소비자 개개인의 생활 편의를 넘어 기업의 생산적 운영 활동에 사용되면 커다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이 벌써 5년 전이다. 이제 1년 남았다. 스스로 기업가라 생각해보자. 당신의 기업은 트랜지스터가 발명됐는데도 진공관을 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