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LH 해법, 작은 정부가 답이다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의 기준은 ‘사회적 협동’의 관점에서 판단돼야 한다. 로빈슨 크루소 같이 고립돼 자급자족하는 개인은 자신의 행복만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한 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행해야 할 행동의 도덕적 기준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사회적 협동을 파괴하는 것이어서다. 그 도덕률을 준수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얻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다.

공직자는 다르다.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 행동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국가의 강제력을 실행하는 기구이고, 그 강제력을 집행하는 것이 공직자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하는 일이 무엇이든지, 그것은 자발적 교환이 아니므로 본질적으로 누군가를 희생시키게 돼 있다. 따라서 그 일을 책임지고 있는 공직자에게는 일반 국민과는 달리 더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행한 ‘공무원 행동강령 업무편람’을 보면 ‘공무원은 직무수행 중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하여 유가증권, 부동산 등과 관련된 재산상 거래 또는 투자를 하거나 타인에게 그러한 정보를 제공하여 재산상 거래 또는 투자를 돕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스캔들에 연루된 자가 LH 직원에 그치지 않고 국회의원, 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청와대 간부직원에 이른다. LH 사태는 우리 사회의 공공부문에서 얼마나 많은 반칙이 횡행하는지 그 민낯을 보여주는 도덕적 참사다.

시장에서 투기는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니다. 투기는 인간 생활 그 자체에 내재된 불확실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시장가격 변화로 이윤을 얻으려는 행위다. 미래의 시장가격을 잘 예측하면 이윤을 얻고 그렇지 못하면 손실을 본다. 그래서 투기자는 미래의 시장가격을 잘 예측하기 위해 시장변화를 예의주시하고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그런 투기자는 시장에 정보를 생산·공급하며 가격 변화폭을 줄이고, 농작물에 대한 선도거래가 보여주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위험을 떠맡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투기는 ‘좋은 투기’다.

그러나 공직자가 공공정책 관련 내부정보를 이용해 토지를 구입하는 투기행위는 ‘나쁜 투기’다.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 ‘반칙 거래’여서다. 공직자의 그런 행위는 토지 소유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가로채고, 납세자가 부담해야 하는 도시계획 사업비용을 증가시켜 국민에게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부도덕하다.

공직자의 부패와 정부의 크기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부가 커질수록 공직자의 부패 행위가 증가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급속히 커져 왔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를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노무현 정부는 복지제도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각각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란 이름으로 경제에 개입하고 규제를 강화했다.

문재인 정부는 ‘큰 정부’를 지향했다. 출범 이후 공무원이 9만1602명 늘었다. 외환위기 후 2017년까지 20년간 증가한 공무원 수 8만6991명보다 훨씬 많다. 그뿐만 아니다. 다른 정부와는 비교할 수 없이 수많은 규제를 양산하며 정부 권력을 키웠다. 이렇게 정부가 커지는 상황에서 LH 사태는 어쩌면 예정된 귀결이었는지도 모른다.

LH 사태는 공직자에 대해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 이상의 보다 근본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을 드러냈다. 공직자 행위의 원천은 정부 권력에 있다. 정부 권력을 줄일수록 공직자가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와 사적으로 권한을 오·남용할 수 있는 경우가 줄어든다. 그만큼 정부에 의한 타락과 사회 파괴 가능성도 낮아진다. 결국 최선의 방법은 권력이 제한된 작은 정부다. 작은 정부 실현이야말로 도덕적 참사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 범위를 넓힘으로써 경제와 사회가 안정적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서는 빨리 작은 정부로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