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뚜레쥬르 사장님들이 웃지 못하는 사연
국내 2위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의 가맹점 점주들이 22일 오랜만에 보도자료를 냈다. 프랜차이즈 매각을 추진해온 본사 CJ푸드빌이 ‘매각 계획 철회’를 공식화한 지 12일 만이다. 외국계 펀드(미 칼라일)에 회사가 넘어가지 않게 됐지만, 점주들의 기분이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들이 낸 목소리는 절실하고 다급했다. “뚜레쥬르 점주도 소상공인입니다. ‘영원한 2등’에 머물라는 정부 규제를 풀어주길 바랍니다.”

뚜레쥬르 점주들이 이렇게 정부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부 규제가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뚜레쥬르의 성장 자체를 막고 있어 언제든지 본사 CJ푸드빌이 프랜차이즈 재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프랜차이즈 중 제과점업은 2013년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출점 제한 규제로 가맹사업을 하는 제과점 브랜드는 전년 말 점포 수를 기준으로 2% 이내로만 신규 출점이 가능하다. 1위인 파리바게뜨의 점포 수는 3500여 개. 단순 계산으로도 1위 업체는 연간 70개의 점포를 새로 낼 수 있지만, 점포 1300여 개를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같은 기간 26개만 출점이 가능하다. ‘가맹점 수 확대→본사의 매출 확대→가맹점 투자’라는 선순환 고리를 특징으로 하는 프랜차이즈업 특성상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법은 뚜레쥬르의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 그 자체다. 가맹점 점주들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2등 뚜레쥬르에 항상 2등만 강요하는 억지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형평성이다. 정부는 동네 빵집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대기업 빵집을 규제했지만 그 득실은 편의점이나 커피전문점, 대형마트들이 보고 있다. 이들 매장에서 파는 상품은 수십 종에 이른다. 연일 신제품을 쏟아낸다. 또 모바일 배달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빵을 배송해준다. 이제 동네 빵집의 경쟁상대는 대기업 프랜차이즈만이 아니라 편의점과 카페 등으로 확대됐는데도 유독 대기업 프랜차이즈만 출점 제한으로 옭아매고 있다.

뚜레쥬르 점주들은 “CJ푸드빌의 매각 철회는 환영하지만 뚜레쥬르가 더 성장하려면 CJ푸드빌의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동네 빵집이나 외국계 커피전문점들과 동등한 룰 안에서 경쟁하게만 해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문제는 그런 목소리가 제과업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형마트들은 쿠팡, 네이버 같은 온라인 쇼핑업체에는 적용되지 않는 영업시간 제한을 왜 불공평하게 받아야 하느냐고 호소하고 있다. 외국계 업체들과도 형평성에서 차별을 받는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업종과 업태의 장벽이 무너진 요즘. 시대착오적 규제는 시장의 발전을 가로막는 ‘적폐’나 다름없다. 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적폐해소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