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통화량(M2·평균잔액 기준)이 전월 대비 41조8000억원(1.3%) 증가한 3233조원을 기록했다. 월간 증가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0.1% 늘어난 것으로, 증가율은 1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초저금리에 각종 코로나 지원금과 자금 등이 풀리면서 지난해에 통화량이 300조원 가까이 늘어난 데 이어 유동성 증가세가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 극복을 위해 경쟁적으로 돈풀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통화량 증가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문제는 과잉 유동성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 거품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제는 생활물가까지 들썩이는 모습이다. 계란 대파 등 밥상물가가 천정부지로 뛰면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로 1년 만에 최고치였다. 공식 물가지수가 체감물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제는 공식 물가조차 뛰고 있는 것이다.

해외발(發) 인플레 압력도 거세다. 구리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1년 새 두 배 이상 뛰면서 중소 제조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달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식량가격지수는 9개월 연속 상승했다. 2월 수입물가가 3.8% 급등한 이유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물가상승률이 2%를 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2%에 수렴할 것”이라며 2023년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하루 만에 미 국채 금리는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다. 시장은 Fed보다 인플레 압력을 높게 보고 있으며 기준금리 인상도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는 얘기다.

나라 안팎에서 인플레 경보음이 요란한데도 정치권은 너나 할 것 없이 돈 풀기에 여념이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어제 4차 재난지원금 대상에 농어민을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4차 재난지원금은 20조원을 훌쩍 넘게 된다. “재난지원금을 100조원은 써야 한다”는 철없는 국회의원까지 등장했다. 여야 서울·부산시장 후보들은 거의 예외없이 유권자들에게 돈을 주겠다고 손짓한다. 선거용으로 급조된 가덕도 공항에는 28조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나랏빚과 가계빚이 각각 1000조원에 이르고 재정건전성은 날로 악화되는데도, 인플레 망령이 떠돌고 있는데도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포퓰리즘으로 치닫다 화폐가치 급락과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파탄난 베네수엘라와 짐바브웨가 결코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