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AI는 의사를 대신할까?
몇 해 전 상영한 영화 ‘엘리시움’에서 그려낸 미래의 지구 모습은 참혹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영화는 로봇과 인공지능(AI)의 감시 속에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한 엘리시움에 들어가는 여정을 그린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미래지만, 여전히 진료와 치료는 인간의 목표였다.

AI가 의사를 대신해 사람의 아픈 곳을 수술할 수 있을까? 의료 수술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의료진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다. 이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현재도 AI는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며 의료 혁신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제조사들이 사고 발생 전에 차량 운행을 중단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처럼 의료 분야 역시 실수가 생기기 전에 수술을 중단할 방안을 찾고 있는데, 그 실마리를 전 세계의 수술 영상 분석에서 찾고 있다. AI는 의사들보다 훨씬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분석할 수 있다. AI는 이미 수천 건의 수술을 분석했는데, 이는 의료진 혼자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수준이다.

선진국의 경우 수술에 시각적 보조를 활용한다. 대부분의 수술실에 녹화용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수술 장면의 캡처, 저장, 분석이 항상 이뤄지지는 않고 수술 과정이 표준화돼 있지 않다. 의사들 대부분이 소수의 선배로부터 기술을 배울 뿐, 사실 그들이 가진 의료 지식의 상당 부분은 직접 경험을 통해 습득한다. 의료 학회에서 의사 간 데이터의 수평적 공유는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기회가 줄어들었다.

현재 수술에 AI와 컴퓨터 비전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 세계 수술실에서 발생하는 고효율의 실시간 영상들이 클라우드를 통해 지속적으로 공유돼 의사들이 수술 영상을 볼 수 있다. 수술 영상에 AI 기반 분석을 적용해 수술을 기존의 과정과 비교할 수 있고, 수술 후 합병증의 원인을 규명할 수도 있다. 여기에 합병증에 따른 비용과 시간을 예측하고 절감하는 기능들도 포함될 예정이다. 예컨대 수술 후 발열 증상은 절개 부위 봉합 미비로 인한 출혈의 결과일 수 있는데, 영상 요약본을 시청함으로써 수술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향후 5년 이내 의료 수술의 반자동화는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외과적 치료에 도입될 것이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개발도상국에 우선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AI는 환자와 상황에 맞는 최적의 결정을 적시에 내릴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질병에 맞서는 의사는 AI와 함께 의술을 펼친다. 그래서 우리의 엘리시움은 밝은 미래를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