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예년보다 크게 높은 19.91%(전국 평균 19.08%)까지 치솟으며 더 센 ‘보유세 폭탄’이 투하되게 생겼다. 한 해 수백만~수천만원대의 아파트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속출하고 있다. 수도권만의 일도 아니다. 세종시는 공시가 상승률이 70.68%에 달해 말 그대로 폭등이다. 대전(20.57%), 부산(19.67%), 울산(18.68%), 충북(14.21%) 등 전국 곳곳의 사정도 그리 다르지 않다.

이와 함께 세율과 ‘시세 반영률’까지 급등한 탓에 보유세 부담 증가율은 공시가 상승률의 2~3배에 달하는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에서 종부세 대상인 ‘공시가 9억원 이상 아파트’는 41만 가구로 전체의 16%에 달한다. 비교적 싼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의 상승률이 34.66%로 25개 구(區) 중 가장 높은 데서 보듯, 서울 강북과 주요 광역시에서도 종부세 대상이 급증했다. ‘실거주 1주택자’로까지 빠르게 확산하는 종부세는 ‘부유세’이자 ‘투기방지’라는 본래 취지와 상충될 수밖에 없다. 공시가는 건강보험,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등의 수급 자격과도 직결돼 은퇴자나 서민 가계에 큰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혼란과 불만이 비등하지만 정부는 ‘집값이 올랐으니 감수해야 한다’는 식이다. 과도한 보유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풍선효과는 외면한 채, ‘부자에게 세금 걷어 서민에게 쏜다’는 정치적 수사를 앞세워 밀어붙인다. 성실히 ‘내집 한칸’을 마련하고, ‘벼락거지’ 안 되려고 발버둥쳤을 뿐인 이들에게 “세금 낼 능력 안 되면 이사 가라”는 말은 얼마나 폭력적인가.

무엇보다 한국 보유세는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기형적 형태다. 최고 실질부담률이 5.4%에 달해 보유세가 높다는 미국에서도 최고인 뉴저지주(3.81%)를 월등히 앞선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대다수 선진국에는 이런 종부세가 아예 없다. 프랑스의 ‘부동산 부유세’ 정도가 비교가능한데, 순자산가액을 기준으로 매기고 세율도 0.5~1.5%로 우리의 4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4·15 총선을 전후해 당시 여당 대표와 국무총리는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 완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총선에서 압승하자 말끝을 흐리더니 이제는 세수 확보를 빌미로 징벌적 과세를 못 본 체하고 있다.

국가 운용의 기본인 조세정책을, 부동산 정책실패를 가리는 땜질 카드 정도로 여기는 듯하다. 1주택자와 장기보유자에 대한 감경 조치부터 시작해 전면적 보유세제 개편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