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사태 같은 내부자 땅투기
신도시 발표 때마다 되풀이
규제가 필요한 건 '공공'분야

박성완 편집국 부국장
[이슈 프리즘] 1989, 2003, 2021 투기와의 전쟁

6년 전이다. ‘강남 1970’이란 영화를 봤다. 1970년대 강남 개발이 본격화한 시기, 땅 투기와 배후의 정치권력, 연관된 깡패들의 이권다툼 등을 그린 영화다. 혜은이의 노래 ‘제3 한강교’가 흐르고, ‘복부인’ 민 마담이 하수인들과 함께 논밭이 펼쳐진 강남에 가서 촌부들을 상대로 땅을 사 모으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가 갑자기 ‘소환’된 것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들의 광명시흥지구 3기 신도시 땅투기 사건 때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태근 변호사는 문제를 폭로한 기자회견에서 “제보 내용을 확인하며 ‘강남 1970’이란 영화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LH사태를 50년 전 강남 개발 때와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다만 정부주도 개발사업 때마다 사전 정보를 접한 이들의 부동산 투기가 있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연결점이다. LH사태는 1, 2기 신도시 때와 비슷하다. 집값 폭등, 이를 안정시키기 위한 신도시 발표, 투기 확산과 공직자들의 일탈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1989년 노태우 정부가 일산 분당 등 1기 신도시계획을 발표했을 땐, 투기사범 987명이 구속됐다. 공무원 131명에, LH 전신인 토지공사 직원도 끼어 있었다. 노무현 정부가 2003년 판교 김포 등 2기 신도시 계획을 내놨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을 통해 9700명을 적발하고, 300명을 구속했다. 공무원도 27명 포함됐다. 3기 신도시는 LH에서 문제가 터졌고,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이 수사를 주도하는 것이 이전과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LH사태로 국민의 분노가 커지자 정부와 여당은 각종 재발 방지책과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LH 임직원의 실제 사용 목적 이외의 토지 취득을 금지하고, 확인된 투기 의심자의 농지는 강제처분토록 한다는 내용 등이다. 당장 LH만 문제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4·7 재보궐 선거를 앞둔 시기라 여야 공방도 뜨겁다. 여당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제안을 받아 특검 수사를 제안하자, 야당은 특검 구성에만 한 달이 걸리는데 선거 이후로 수사를 미룰 심산이 아니면 검찰수사부터 시작하고 특검에 사안을 넘기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경찰 수사에 힘을 실어준 여당이 특검부터 내미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사 주도권은 국민들의 1차적 관심사가 아니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제대로만 하면 된다. 돈의 흐름을 좇으면 차명거래까지 어느 정도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참에 관련 공무원은 물론 지방 공공기관 종사자, 특히 시·도 의원, 국회의원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람들의 돈에 대한 욕망과 그로 인한 일탈을 100%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죄를 지으면 언젠가 발각된다는 불안감, 한 번 걸리면 끝장난다는 두려움 등이 잘못된 유혹에 빠지는 것을 막는 장치가 된다. 좀 다른 얘기지만, 연예인들과 스포츠 스타들의 과거 학교폭력 폭로가 이어지면서 ‘미래’ 유명인이 되고 싶은 누군가의 ‘현재’ 학폭은 줄어들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해 25번째로 나온 2·4 대책의 핵심도 LH가 주도하는 공공개발이다. 정부는 차질없이 공급대책을 시행하겠다지만, 광명시흥신도시 계획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공공사업의 근간인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LH를 해체수준으로 개혁하겠다고 한다. 신도시 때마다 내부자 투기가 반복돼온 것을 보면, 조직형태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잠재적 투기 욕구를 꺾을 만큼 내부 통제가 촘촘해지고, 잘못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져야 한다. LH뿐만 아니다. 지금 규제가 필요한 곳은 점점 비대해지는 공공 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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