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잡듯 뒤지겠다”더니 겨우 7명을 더 보탠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국토교통부 공직자 땅투기 조사 결과에 여론이 들끓자 정부와 여당의 엄포가 더 세지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박영선 당 서울시장 후보의 건의를 ‘전격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추며 야당에 특검을 제안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식으로 일관하다 대단한 결단인 양 불쑥 특검을 던진 모양새가 영 미덥지 못하다. 특검 준비에만 최소 두세 달이 걸리는 점까지 감안하면 또 무슨 노림수인가 싶은 의구심이 앞선다. 여당 의원들의 투기의혹이 쏟아지자 ‘의원 투기 전수조사’를 제안한 게 바로 엊그제다. 듣기 좋은 말만 마구 던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공직자와 LH 임직원 친인척을 포함해 차명거래 여부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 참석해서는 “투기행위를 반드시 잡아달라”고 했다. 편법투자는 배우자 직계존비속을 활용한 거래가 많다는 게 상식인데 대통령이 새삼 ‘차명거래 조사’를 강조하는 모양새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사태 초기부터 문 대통령이 매일이다시피 ‘발본색원’을 주문했지만 LH 내부에선 “신경도 안 쓴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번에도 현장에 먹히지 않는 보여주기식 지시로 끝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부동산 적폐청산’에 대한 대통령 언급도 과거 정권을 끌고들어가 책임을 희석하는 구실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와중에 여당 의원 투기의혹이 전방위로 쏟아진다. 한 최고위원은 개발지구 옆 그린벨트 땅을 샀고, 전 대표는 세종시 땅 투자로 4배 차익을 올렸다. 전형적인 쪼개기 수법이나 내부정보 없이는 어렵다는 맹지 투자까지 확인된다. 투기로 의심받는 여당 의원이 못 잡아도 예닐곱이다. 3년 전 민주당 의원이 신도시 예정지역 지도를 공개해 시끄러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최소한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집안 조사부터 철저히 하는 게 필수다.

770명으로 대규모 수사본부를 꾸린 경찰은 정부가 정한 ‘선(先)조사 후(後)수사’ 원칙에 묶여 본격수사에 착수도 못 했다. 신속히 국토부, LH 등 유관기관을 압수수색하고, 개발정보 열람자를 확인하고, 돈 흐름을 쫓을 수 있도록 검찰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등 가능한 방안을 총동원해야 한다. LH 간부가 극단 선택을 하는 등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겉핥기 조사로 내달 보궐선거 때까지만 버텨볼 요량이라면 큰 오산이다. 국회는 즉각 자체 전수조사에 착수하고 신도시 추진 일정 등도 국민 눈높이에서 재점검해야 한다. 진정 특검 도입을 원한다면 즉시 입법하고, 특별검사 임명권을 야당에 넘겨주는 등의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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