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주택 실수요자들이 이자가 비싼 2금융권으로 밀려나고 있다. 한경 보도(3월 12일자 A10면)에 따르면 전체 은행의 부동산 담보대출(전세자금 대출 제외)은 금융당국의 고강도 대출 규제 여파로 작년 11월을 기점으로 감소세다. 전월 대비 증가액이 지난해 11월 3조9000억원에서 올해 2월엔 3조원으로 23% 줄었다. 반면 2금융권은 같은 기간에 두 배 이상 불어났다. 금융당국이 ‘영끌’ 주택 구입을 억제하기 위해 은행권 대출 문턱을 크게 높이자 실수요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탓이다.

부동산 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은 집값 급등에다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최근 수년 새 크게 늘어났다. 그 결과 국내 금융시장의 잠재적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한 만큼 어느 정도 ‘속도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전문가들도 인정한다.

문제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부실화 가능성이 낮고, 가계 채무상환능력이 양호한데도 과도하게 억눌러 그 피해가 서민·중산층 등 주택 실수요자에게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에서 시가 15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 대출을 금지하는 등 세계 유례 없는 규제를 도입했다. 조만간 금융회사별로 적용하고 있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1년치 원리금상환액÷연소득) 40% 규제를 차주(借主) 개인별로 적용해 대출을 억제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그것도 모자라 2금융권의 대출 총량관리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투기에 활용된 2금융권 토지담보대출 규제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두더지 잡듯이 획일적 대출규제를 더 늘릴 태세다. 대출받을 길이란 길은 다 틀어막아 금리가 비싸도 돈을 빌릴 수만 있으면 다행인 지경이다.

대출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인해 수요자들은 서울 및 수도권에서 집을 살 때 대출 한 푼 받기 힘든 판이다. 그 결과 대출을 끼지 않고는 내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서민과 현금부자 사이에 ‘넘을 수 없는 자산격차’를 만들었다. 정부가 개개인의 복잡다단한 사정들을 무시하고 규제를 밀어붙인 결과다. 정부는 이제라도 대출을 틀어막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인정하고 합리적 규제완화에 나서야 한다. ‘전액 현금으로만 집을 사라’는 나라가 어디에 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