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어제 혁신성장 점검회의에서 “주요국 기대 인플레이션과 농축산물 가격 상승 등으로 2분기 물가상승률은 일시적으로 높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시적’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인플레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이는 하루 전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힌 한국은행 입장과는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은은 “한국 미국 독일 등 주요국에서 기대인플레이션 지표가 지난해 3월 이후 계속 오르는 추세”라면서도 “고용 부진과 자동화 무인화 고령화 등 경제구조 변화를 감안할 때 지속적 인플레 확대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는 그 어느 때보다 인플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주요 12개국에서만 14조달러의 천문학적인 돈이 풀렸고, 이 돈이 주식과 부동산은 물론 원유 등 원자재, 농축산물, 식품 등 거의 모든 자산과 상품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최근 미국에 이어 국내 국채 금리까지 들썩이고 그 여파로 증시가 큰 폭으로 출렁거리는 것은 인플레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코로나 충격으로 인해 당분간 본격 고용 회복과 임금 상승이 어려운 만큼 인플레 우려는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백신 보급으로 높아진 경기회복 기대감이 풍부한 유동성과 맞물리면 급격한 인플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이 “인플레 위험이 낮다”고 한 것은 인플레 기대심리를 꺾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한은은 대출 적격담보증권 확대 등 몇 가지 유동성 공급 확대조치를 이달 말 끝내기로 했다. 인플레 우려가 낮다면서 한편으로는 유동성 죄기에 나선 것이다. 물가 안정 외에 고용 안정까지 정책 목표로 추가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한은의 고육지책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문제는 이런 한은의 입장이 그렇잖아도 돈풀기에 혈안이 돼 있는 정치권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데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우리 세대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인플레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짖지 않는 개’가 계속 그대로 있을 것이라고 너무 낙관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