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포스코 주주권 무시하는 시민단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향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공세가 거세다. 지난 3일 국회에서 최 회장을 직접 겨냥한 토론회를 열더니 9일에는 참여연대와 금속노조 등이 최 회장을 포함한 포스코 임원 6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포스코는 작년 4월 10일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수 계획을 의결했는데, 최 회장 등 임원들이 이를 미리 알고 한 달 전에 포스코 주식 1만9209주(32억6000만원어치·기준가 17만원)를 취득했다는 주장이다.

시간을 뒤로 돌려보자. 포스코 임원들이 자사주를 취득했다고 고발한 지난해 3월 12일 주식시장은 코로나19 공포가 지배하고 있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3.87% 급락하며 1834.33으로 밀렸고, 열흘 뒤 1482.46까지 추락했다. 포스코 주가도 연초 이후 40% 급락했다.

주가 전망도 암울했다. 아르셀로미탈, US스틸 등 글로벌 철강사들은 감산에 나섰다. 포스코도 2분기 개별기준으로 첫 적자를 기록했다. 바닥이 어딘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주가 반등을 기대하고 자사주를 취득했다는 것은 결과론적인 얘기다. 시장도 최 회장과 임원들의 자사주 취득을 책임경영 일환으로 해석했다.

자사주 매입과 포스코 주가 상승의 인과관계도 증명하기 어렵다. 작년 4월 10일 이후 올해 3월 10일까지 포스코 주가는 78.1% 올랐다. 같은 기간 동국제강은 144.7%, 현대제철은 116.9% 상승했다. 자사주 매입보다는 경기 회복과 업황 개선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욱 의문인 것은 고발 시점이다. 포스코 임원들의 자사주 취득과 1조원 자사주 매입은 1년 전에 공시된 사항이다. 정기 주주총회를 사흘 앞두고 이를 끄집어내 문제 삼는 것은 최 회장의 연임을 저지하려는 의도가 작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지난달엔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연금에 “포스코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국민기업이 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해달라”고 주문했다. 최 회장 연임안에 반대표를 던지라는 압박이었다. 하지만 포스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수탁위원회는 최 회장 연임안에 대한 ‘중립’ 의결권 행사를 결정했다. 반대할 명분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실상 최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지만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사퇴 압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포스코가 민영화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반민반관(半民半官)’이라는 태생적 한계는 나아진 게 없다. 포스코는 공기업이 아니라 주주와 이사회가 존재하는 상장사다. 최고경영자(CEO)의 연임은 주주가 결정할 일이지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나설 일이 아니다. 경영진의 자사주 취득도 마찬가지다. 시민단체와 노조가 경영에 개입하는 회사에 어떤 주주가 믿고 투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