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되는데 한국선 '불법'
40년 된 자동차관리법에 막혀
'규제 샌드박스'로 시한부 허가

이건호 편집국 부국장
[이건호 칼럼]  현대차가 OTA 임시허가 받은 사연

테슬라의 경쟁력은 기존 틀을 깨는 IT(정보기술) 혁신에서 나온다. 그중에서도 제동, 출력, 가속 성능 등을 무선으로 업데이트 해주는 OTA(Over-the-Air·전자제어장치 무선 업데이트) 기술은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자동차의 성능을 스마트폰처럼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최신 사양으로 바꿔주기 때문이다.

차량 출시 뒤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성능을 보완해 주는 OTA 기술을 통해 테슬라는 새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량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고객들이 서비스센터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앴다.

OTA는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미래차에도 필수적이다. 자율주행 성능과 디지털 콕핏(운전석·조수석 등)의 기능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최적의 성능을 유지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OTA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메르세데스벤츠는 엔비디아와 손잡았다. 볼보자동차는 올가을 양산할 전기차 ‘C40리차지(Recharge)’에 주행거리를 계속 늘려주는 OTA 기능을 적용할 방침이다.

혁신적인 OTA 기술 때문에 테슬라는 한때 한국에서 본의 아니게 ‘불법 영업’을 한 적이 있다. 한국에선 법으로 허용되지 않은 OTA 서비스를 했기 때문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제55조)은 자동차 정비업자가 등록된 사업장 외의 장소에서 점검·정비작업(오일·필터·배터리 교환,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제외)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40년 전인 1980년대 만들어진 낡은 법이 첨단 신기술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예외는 아니다. 신차에 OTA 기능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규제 샌드박스의 문을 노크했고, 지난해 6월 임시허가를 받았다. 현대차는 올해 안에 OTA 기능을 갖춘 차량을 내놓을 계획이다. 테슬라도 샌드박스를 통해 임시허가를 얻었다.

현재 한국에서 OTA 서비스가 가능한 업체는 테슬라와 현대차, 기아 세 곳뿐이다. 법 개정(시행규칙)이 이뤄진 게 아니어서 개별 업체가 일일이 샌드박스 신청을 해 임시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현대차에 임시허가를 내주면서 허가 기간(2년) 동안 자동차 OTA 서비스를 정비업 제외 사항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시행규칙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이 세계 5위권 자동차 생산국이지만, 전기차를 위한 법제도와 인프라는 열악하다. 충전소 숫자가 미국 중국 일본 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전기차 보급을 늘리려면 급속충전 인프라가 중요한데, 전국의 급속충전기는 작년 말 기준 9800여 개뿐이다. 전국에 등록된 전기차는 14만여 대다. 대당 구매 보조금도 축소되고 있다. 전기승용차의 평균 보조금이 지난해 800만원에서 올해 700만원으로 줄었다.

전기차 생산라인을 둘러싼 인력 조정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조립공정이 단순해 부품과 생산라인 근로자가 크게 줄어든다. 차량 한 대를 조립하는 데 필요한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는 3만여 개인데 전기차는 1만5000여 개다. 전기차 생산 비중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노조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현대차는 이달 아이오닉5의 유럽 판매를 앞두고 있지만, 노조와 울산1공장 생산라인 맨아워(라인 배치 근로자 수)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가 보편화되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탈(脫)원전 정책 탓이다. 풍력 태양광 등을 통한 전력 공급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이 ‘모빌리티’로 집중되고 있다. 사실상 전 산업계가 전기차 전쟁이 뛰어든 형국이다. 전기차 시대에 치고나가지 못하면 다음 단계인 수소차와 자율주행차 전략까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시대에 역행하는 규제를 걷어내고 관련 산업과 인프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leek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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