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녹색경제, 저탄소 원자재에서 출발해야
경제 성장 법칙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침체 속에서 세계 각국은 미화 12조달러 규모의 재정을 지출해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있다. 민간 부문의 코로나19 대응에서는 블랙록과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등에 따르면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하는 기업들이 팬데믹(감염병의 대유행) 위기를 더 잘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제 구조적 변화와 당면한 기후 위기는 환경을 보호하면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저탄소 경제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2050년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를 공식 선언하면서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고, 저탄소 신산업 생태계 조성과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탄소중립 비전은 고무적이다. 한국의 뉴딜 정책은 녹색 건설, 모빌리티 및 제조업 부문을 혁신해 국내 성장을 촉진하고 수출 확대에 기여할 것이다. 주요 산업 혁신이 중요한 동력이 되는 한편, 진정한 녹색 성장은 저탄소 원자재 공급이 그 한 축을 이뤄야 한다.

한국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노후 건축물 23만 호 제로 에너지화’를 예로 들면 건물의 냉난방, 조명 등 에너지 사용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28%를 차지하는데 이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함으로써 줄일 수 있다. 이에 더해 전체 배출량의 11%를 차지하는 건축자재 생산 공정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만 한다.

이런 요구에 발맞춰 알루미늄 업계는 저탄소 제품 공급에 대한 책무를 강화하고 있다. 알루미늄은 무게가 가벼워 전기차 경량화에 핵심 요소다. 2029년까지 국내 모든 디젤 기관차를 대체할 친환경 고속열차는 알루미늄 차체로 개발된다. 햇빛 반사율이 95%에 달하는 알루미늄은 에너지효율 건물의 주요 외장재로 쓰이며 태양광 패널 구성 자재의 85%를 담당한다.

그러나 알루미늄 생산 공정이 다 같지는 않다. 알루미늄산업은 금속 제련에 많은 전기를 소모해 전체 탄소 배출량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때 생산 전력을 화석연료에 의존하는지 또는 재생에너지를 쓰는지에 따라 배출량 차이가 크다. 재생에너지원을 사용할 때는 알루미늄 1t을 생산하는 데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4t 미만으로, 화석연료 사용 시 16t 및 업계 평균 배출량 12t과 비교해 생산 공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현격히 줄일 수 있다.

녹색 경제로의 전환은 단호한 정책 이행을 수반해야 한다. 탄소배출 정보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원자재 지원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뉴딜 정책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 고탄소 원료에 의존한 저탄소 경제는 그저 오염 물질을 국외로 반출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한국 내 미세먼지의 70%가 해외에서 유입된다는 사실에서 보듯, 이는 기후 위험을 심화하고 대기질 개선 노력을 저해하는 것이다.

친환경 건축에서 전기차, 신재생에너지까지 어느 산업에서든 저탄소 원자재를 사용하지 않는 저탄소 혁신은 유효하지 않다. 진정한 녹색성장에는 투명한 탄소배출 정보 공개와 원자재 공급 기준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 저탄소 원자재에 관세를 면제해 기업의 공급망 탈(脫)탄소화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정책적 지원이 있을 때 기업은 저탄소 혁신을 적극 추진해 환경과 소비자를 보호하면서 지속가능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