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르시아 키루스 대제의 교훈

최초로 대제국 일군 왕 중의 왕
"반드시 法 근거로 정의 세워야"

귀족·평민 동일한 무기로 전투
공정 경쟁에 성과별 차등 포상

영광·고통 함께한 '파토스 경영'
2500년 동안 '군주의 거울'로

고두현 논설위원
[고두현의 문화살롱] "지도자는 법과 정의 수호자가 돼야 한다"

세계 최초의 대제국인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의 창업주, 3개 대륙 28개 군소국가를 거느리며 대왕(大王)·대제(大帝)라는 칭호를 처음 받은 사람, 성경 이사야서에 나오는 ‘고레스’의 주인공….

기원전 6세기에 페르시아 제국을 세운 키루스 대제의 통치 철학은 법치와 정의, 절제와 관용이었다. 그가 12세 때 얘기다. 하루는 어머니가 “선생님에게서 뭘 배웠느냐”고 물었다. 그는 “수업 중 예화로 등장한 사건을 잘못 판결해 매를 맞았는데, 이를 계기로 정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배웠다”고 답했다.

그 사건은 이랬다. 덩치 큰 소년이 작은 옷을 입고 있던 중 몸집 작은 소년이 큰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 옷을 빼앗아 입고 자기 옷은 작은 소년에게 주었다. 선생님이 이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겠느냐고 묻자 그는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맞는 옷이 되었으니 그게 옳다”고 했다가 따끔하게 혼이 났다.

이때 그는 ‘판결에 앞서 법이 다른 사람의 옷을 힘으로 빼앗는 게 옳다고 하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것’과 ‘판단을 내리는 사람은 언제나 법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어머니에게 말했다. 모든 정의는 법에 근거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는 그의 평생 교훈이자 국가경영 지침이 됐다. 그는 상황이 복잡할 때마다 “정의로운 지도자는 ‘무지’와 ‘의심’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라, 언제나 법이 정한 바에 따라 공정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라며 스스로 중심을 잡았다.
[고두현의 문화살롱] "지도자는 법과 정의 수호자가 돼야 한다"

법에 의한 정의는 공정성의 절대 기준이기도 하다. 공정한 경쟁과 합리적인 보상체계는 국가를 경영하거나 군대를 통솔할 때 반드시 필요한 원칙이었다. 키루스는 전쟁에 나가기 전 귀족과 사병에게 동일한 무기로 무장하게 했다.

보상도 개인과 팀이 이룬 성과에 합당하게 해줬다. 그러자 부하들이 앞장서 공을 세우며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그의 군대는 열정과 야망, 힘, 용기, 격려, 자기 통제, 복종심으로 가득했고 천하무적이 됐다. 그는 동기 부여와 솔선수범, 소통, 배려에도 뛰어났다. 군사들에게 “땀을 흘리지 않고는 밥을 먹지 말라”고 했고 자신이 먼저 실행했다.

어느 날 그에게 아버지가 “부하들의 자발적인 복종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충성에는 명예, 그 반대에는 처벌과 불명예를 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건 강제적인 복종”이라며 “좋은 일이 생기면 그들과 함께 기뻐하고, 나쁜 일이 생기면 함께 슬퍼하라”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그는 논리를 동원한 ‘로고스의 리더십’과 열정을 더한 ‘에토스의 리더십’을 넘어 아픔과 고통까지 함께하는 ‘파토스의 리더십’을 몸으로 터득했다. 이 세 가지 지도력의 요체를 체득한 그는 자국뿐 아니라 적국과도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길렀다.

그는 눈앞의 작은 이익에 초연했다. 전쟁 기간에도 농부들이 평화롭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식량을 약탈할 필요가 없게 했다.
유엔본부에 전시된 세계 첫 인권선언문 ‘키루스 원통’

유엔본부에 전시된 세계 첫 인권선언문 ‘키루스 원통’

그의 이런 국가경영은 인류 최초의 인권선언문까지 낳았다. ‘키루스의 원통’으로 불리는 인권선언문에는 모든 형태의 노예제와 강제노동을 없애고, 노동에 동원된 사람에게는 반드시 임금을 지급하는 등의 혁명적인 조항이 담겨 있다. 그 사본이 유엔본부에 전시돼 있다.

그의 영웅적인 일대기는 한때 적국이었던 고대 그리스의 장군이자 역사가인 크세노폰에 의해 《키루스의 교육(원제:Cyropaedia·키로파에디아)》이라는 책으로 거듭났다.

이 고전은 고대 그리스가 절체절명의 위기인 ‘아포리아(Aporia·막다른 곳에 다다름)’ 상황에 빠졌을 때 이를 극복할 해법을 제시한 책이기도 하다.

기원후 8세기에는 군주나 봉건 귀족의 자제들을 위한 리더십 교과서로 활용돼 ‘군주의 거울(Mirror for Princes)’로 불렸다. 2500년 전 키루스가 남긴 교훈은 지금도 여전히 빛나는 ‘지도자의 거울’이다.
드러커 "최초이자 최고의 리더십 교과서"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피터 드러커는 “크세노폰이 저술한 《키루스의 교육(Cyropaedia·키로파에디아)》이야말로 리더십에 대한 최초의 체계적인 저서이자 이 주제와 관련된 최고의 책”이라고 극찬했다.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도 키루스를 가장 이상적인 군주로 묘사했다. 그 이전의 로마시대와 중세시대에는 말할 것도 없다. 키루스에게 복속된 나라의 국민들까지 그를 ‘아버지’ 혹은 ‘빼앗는 자가 아니라 베푸는 사람’으로 두고두고 칭송했다. 미국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과 이스라엘 초대 총리 다비드 벤구리온이 가장 존경한 인물 역시 키루스였다. 경제·경영 분야에서도 그를 ‘스승’으로 삼는 사람이 많다.

1950년대 패스트푸드 산업을 일으킨 레이 크록 맥도날드 창업자는 키루스를 모델로 삼고 그의 이상을 따라 행동했다. 크록이 사막 한가운데에 식당을 열어 패스트푸드 자본을 일으킨 것은 당시 엄청나게 혁신적인 사건이었다. 그때까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드라이브인 레스토랑을 선보인 것이다.

자동차에서 바로 식사를 하는 혁명적인 발상으로 크록은 패스트푸드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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