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어제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시간 만에 이를 수리했다. 윤 총장은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며 “검찰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밝혔다. 그는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총장의 수사 스타일이나 언행에 대해선 보는 사람마다 달리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임기가 남은 현직 검찰총장이 중도 사퇴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형사사법 체계를 뒤흔드는 여권의 위헌적인 ‘검찰 공중분해’ 시도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에 앞장섰던 그는 2019년 7월 검찰총장으로 발탁됐다. 승승장구하던 그가 여권과 각을 세우게 된 것은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가 발단이 됐다. 이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등 정권 핵심부를 향한 수사를 계속하면서 ‘미운털’이 박혔다.

갖은 방법으로 그를 몰아내려 했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시도가 실패하자 여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이어 수사청까지 밀어붙이며 사실상 검찰 해체에 들어갔다. ‘검찰 개혁’으로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정권 수사를 막으려는 ‘위헌적 폭거’라는 게 법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명시한 헌법(12조3항)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 “검찰의 직접 수사 제한이세계 추세”라는 여당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OECD 35개 회원국 중 27개국에서 검사의 수사권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윤 총장은 “국민의 검찰은 인사권자의 눈치 보지 말고 힘 있는 자도 원칙대로 처벌해 상대적 약자인 국민을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백번 옳은 얘기다. 문 대통령 역시 “살아 있는 권력도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하지 않았나.

여당은 윤 총장이 사표를 제출하자 관련법 발의를 늦출 움직임이다. 4월 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는 데다 검찰 반발 등 역풍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잠시 시간을 끌다 다시 밀어붙일 생각이라면 큰 오산이다. 이제 여당의 ‘검찰 개혁’ 속내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나라의 법치가 어디로 가는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