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갤스턴 < WSJ 칼럼니스트 >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미국은 복귀했지만 유럽은 떠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소원해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서양동맹’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 정상도 트럼프 정부 때와는 양자관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인정했다.

뮌헨안보회의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이 ‘전략적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과 유럽의 이해관계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EU와 중국의 무역협정, 러시아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천연가스 송유관 ‘노르드스트림2’ 건설 사업 등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이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할 수 있겠지만, 상석이던 옛 지위를 되찾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미국과 유럽 신뢰 회복 멀어
유럽외교위원회가 보여준 ‘유럽 여론의 거대한 변화’가 바이든 대통령 연설에 대한 유럽의 반응일 것이다. 유럽외교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주요 회원국들은 미국의 정치 체제가 깨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10년 안에 중국이 미국보다 더 강력해질 것이며, 유럽인들이 미국에 의존해 유럽을 방어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다.

이 같은 믿음은 유럽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많은 유럽인이 유럽 자체 방위에 투자해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미국보다는 독일을 그들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여긴다. 유럽인들은 경제 문제에서 미국에 더 강경하게 대응하기를 원한다.

수십 년간 유럽인은 미국의 정치가 자신들의 신뢰를 보장하는 테두리 안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믿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이런 믿음이 훼손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로 바로 복구되지는 못한다. 미국 양대 정당의 엘리트들에 대한 반란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언젠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 같은 포퓰리스트가 다시 정권을 잡을 수도 있다.

유럽 시각에선 미국의 쇠퇴는 중국의 부상과 맞물려 있다. 미·중 간 이견이 있으면 유럽인의 60%가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편을 들어야 한다’는 응답은 22%에 그친다.

이 같은 입장은 러시아 관계에도 적용된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위협하고 있다. 조사 대상의 59%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중립을 택했고, 23%는 미국과 운명을 같이하고 싶어 한다. 놀랍게도 유럽에서 가장 반(反)러시아적인 폴란드조차 미국 편을 드는 것보다 중립을 선택했다.
미국 편보다 중립 택하는 유럽
미국의 약화로 인해 유럽 내에선 독일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더욱 강해졌다. 조사에 응한 대부분의 나라는 독일을 가장 중요한 강국으로 여겼다. 오랫동안 유럽에서 미국과 같은 역할을 해온 독일은 이제 프랑스를 제일 중요한 동맹국으로 간주하고 있다.

군사적 위협에 직면했을 때 이런 태도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경제성장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의 정치를 안정시키면 유럽인들은 대서양 동맹에 대한 견해를 재고할지도 모른다. 여전히 바이든 행정부는 ‘같은 강에 두 번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는 헤라클리토스의 격언에서 진리를 배우고 있다.

정리=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이 글은 윌리엄 갤스턴 WSJ 칼럼니스트가 쓴 ‘America Is Back, but Europe Has Moved’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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