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지난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가덕도신공항 건설안이 이미 추진 중인 국책사업(김해공항 확장안)을 뒤집을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조항이 논란 끝에 다시 살아났고, 부칙에 김해공항 확장안을 사실상 백지화시킬 수 있는 조항이 명시됐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와 사업계획의 적정성 검증 등은 할 수 있다지만, 여러 행정절차를 손쉽게 건너뛰려는 ‘특별법 제정 꼼수’가 어떤 부작용을 불러올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더군다나 가덕도신공항은 2016년 중립적 외국 법인(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의 평가에서 ‘꼴찌’에 그친 대안이란 점이 문제다. 특별법 심의에서 국책사업 변경을 위한 객관적이고 타당한 근거가 제시되지도, 합리적 재선정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그래서 “보궐선거를 앞둔 ‘선거 공항’ ‘매표 공항’일 뿐”(심상정 정의당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더욱 우려스런 점은 선거 때만 되면 이미 확정된 국책사업을 뒤집어서라도 표를 얻겠다는 나쁜 선례로, 포퓰리즘 공약 남발의 빌미를 줬다는 점이다. 당장 1년짜리 임기의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10조원 넘게 예산이 투입될 ‘국책사업 변경’이란 무리수를 동원하다 보니 덩달아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도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 재(再)자연화’를 위한다며 멀쩡한 금강·영산강의 보 해체를 결정하기도 했다. 또 수도권 집값 급등 대책이라며 국회 세종시 이전을 작년에 꺼내든 것도 국회가 떠난 ‘여의도 개발’을 서울시장 선거에 쓰려는 것이란 의심이 적지 않았다. 7900억원의 사업비(매몰비용)가 투입된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 중단도 탈(脫)원전을 명분으로 한 국책사업 뒤집기의 희생양으로 볼 수 있다.

선출된 권력이면 뭐든지 손바닥 뒤집듯 할 수 있다는 위험한 발상이 정치권에 팽배한 게 현실이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거의 매년 선거를 치르는 판국에, 선거 때마다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해 ‘졸속 특별법’을 동원하고, 국책사업 뒤집기에 나서는 것이야말로 삼류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나라 미래는커녕 재정을 거덜 내고, 엄청난 사회 혼란과 소모전을 되풀이한다. 투명하고 합리적 절차를 통해 결정된 국책사업은 절대 건드릴 수 없는 금지법이라도 제정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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