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헌 <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생활속의 건강이야기] 신경성 폭식증

24세 여성이 체중 조절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 그녀는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다이어트와 요요현상을 반복해 왔는데, 지금은 정상 체중인데도 불구하고 날씬해지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다. 작년부터는 거의 매일 밤늦게까지 초콜릿 바, 아이스크림, 쿠키 등을 잔뜩 먹고 바로 화장실에 가서 고의로 구토하는 습관이 생겼다. 폭식과 고의 구토를 중단하고 싶지만, 그러면 체중이 다시 늘어날까 두려워 중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항상 체중 변화에 신경 쓰다 보니 업무에도 집중이 안 된다고 했다.

신경성 폭식증의 유병률은 조사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1~4% 정도이며, 남성보다 여성에게 10배 정도 많이 발생하고, 미혼인 20대에서 가장 흔히 나타난다. 환자 대부분은 청소년기에 폭식 증상이 시작된다.

[생활속의 건강이야기] 신경성 폭식증

신경성 폭식증이 있는 사람은 자제력을 잃고 남몰래 단시간에 많은 양의 음식을 먹은 다음, 체중 증가를 막기 위해 고의로 구토하거나, 설사약과 이뇨제를 복용하거나, 단식이나 과도한 다이어트 또는 운동을 한다. 폭식증 환자 대다수는 체중이 정상 범위에 있지만 항상 살이 찔까 봐 걱정한다.

신경성 폭식증 환자는 손발톱이 잘 부러지고, 피부가 건조하며 피로하고 힘이 없는 경우가 많다. 토사물 속의 위산 때문에 치아가 부식되고, 침샘이 부으며, 위식도역류가 생기기 쉽다. 변비와 인후통이 있고 심한 탈수나 전해질 이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우울증 같은 정신과적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신경성 폭식증은 치료가 빠를수록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작아진다. 치료를 받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스트레스가 많으면 재발할 수 있어 가족이나 친구의 정서적 지지와 공감이 필수적이다. 영양 상담과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해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을 인식하고 교정하도록 해야 한다. 자존감을 높이고, 문제해결 및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며,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신경성 폭식증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있는 사람은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자신에게 관대해지도록 노력하고, 자신의 체형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규칙적인 식사를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 아울러 반드시 병·의원을 찾아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신경성 폭식증의 단기 치료율은 그리 높지 않아서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요법을 병행해도 50%에 미치지 못하지만, 10년간 추적 조사한 장기 치료율은 70%에 달한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