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작년 경제성장률 2.98%에 이어 올해도 한국보다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2024년쯤이면 1인당 국민소득에서도 한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한경 보도(2월 19일자 A2면)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인구 2000만 명 이상 주요국 가운데 지난해 ‘성장률 세계 1위’에 오른 것이다. 성장률 면에서 중국(2.3%)을 29년 만에 앞지른 점에서도 그렇다. ‘한 수 아래’로 평가해온 대만이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의외의 경쟁력과 강점을 보이고 있다.

대만은 애플이 생산시설을 중국에서 옮겨오는 등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을 봤다. 국가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반도체산업이 빅사이클을 맞은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3분의 1을 점할 정도로 편중된 산업구조는 경기 상황에 따라 부메랑이 될 수 있어 가려볼 필요가 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산업경쟁력을 키우고 위기에 민첩하게 대응해온 대만 정부의 안목과 능력이다. 대만은 중소기업 위주 경제구조였지만 2000년대 들어 글로벌 교역이 급증하고 세계경제 통합도가 높아지자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규모의 경제’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폭스콘, 포모사그룹, HTC 등 대기업의 성장으로 결실을 보고 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경제자유지수’ 평가에서도 한국은 25위인 반면, 대만은 11위에 올라 한국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대만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은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몇 안 되는 나라라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월도미터에 따르면 인구 100만 명당 확진자 수(18일 기준)는 대만이 39명(221개 조사국 중 210위), 한국은 1679명(156위)이다. 가장 먼저 중국발 (發) 입국을 차단하고 마스크 수출 금지 등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결과, ‘코로나 안전지대’로 통하며 경제 충격을 줄일 수 있었다. 대만 역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2018년 국민투표를 통해 ‘정책 폐기’를 결정할 정도로 민주적 의사결정의 원칙을 지킨 것도 반추해볼 만하다.

이렇듯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한 정부와 기업의 혁신노력이 대만의 경제 체질을 확 바꿔놓은 것이다. 기업들이 혁신하고 스스로 변화하는데도 더 강력한 규제를 가하는 게 정치의 본령인 양 착각하는 한국 정치인들이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외환위기 이후 첫 역성장(작년 -1.0%)에도 ‘OECD 1위’라며 자화자찬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대만을 더욱 부러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