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여당이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입법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고 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1명이 지난 8일 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박주민 의원(수사기소권완전분리TF 팀장)은 6월까지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국가수사본부 구성이 채 마무리되지 않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한 달 반밖에 안 됐는데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궁금하다.

중수청 법안의 핵심은 ‘검찰 수사권 무력화’다. 올해부터 검찰의 일반 수사는 국가수사본부로, 고위공직자(3급 이상) 비리 수사는 공수처로 넘어갔다. 검찰에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수사만 남았는데, 이마저도 중수청으로 넘기겠다는 판이다. 이대로면 검찰은 수사권 없이 기소와 공소유지만 담당하는 기관으로 전락한다.

여당은 ‘검찰개혁 완성’이라고 하지만 우려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 검찰 수사권 박탈은 수사·기소권을 모두 가진 공수처 검사나 특검과 형평이 맞지 않다. 6대 범죄의 경우 부실수사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조차 검토보고서에서 “수사 역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에 넘겨진 여권 의원들이 입법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대표 발의자인 황 의원만 해도 울산경찰청장 시절 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남국·김용민·진성준 의원도 후원금 문제와 명예훼손, 사전 선거운동 등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 허위 인턴확인서 작성 혐의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았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입장문 유출 혐의로도 수사대상이다. 이해상충 논란이 있으면 스스로 제척(除斥)하는 게 너무도 당연한 공직윤리인데, 이런 상식조차 무시하고 있다.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이은 중수청 설치는 1954년 검사의 수사·기소권 보유를 형사소송법에 명문화한 이후 67년간 이어온 사법시스템을 뒤엎는 중대 사안이다. 그럼에도 여당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은 소홀히 한 채 다수 의석을 뒷배 삼아 뚝딱 해치우겠다고 한다. 무엇이 두려워 이러는 것인가.